참 묘한 소설이다. 밋밋한데 재미있다. 별난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데 흥미진진하다. 특별히 싸우거나 갈등을 겪고 있지 않은데도 궁금하다. 다음에 어떤 상황으로 전개될 것인지. 이건 뭘까? 작가의 역량인가?
시칠리아 섬이 공간적 배경, 이탈리아가 가리발디 장군에 의해 통일이 되는 시기가 시간적 배경이다. 이탈리아의 역사를 알고 이 소설을 읽는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 특히 시칠리아의 역사를 알고 있다면 더더욱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나는 익히 들었어도 기억이 나지 않아 아쉬웠다. 곳곳에서 역사적 사실과 이어지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에궁, 모르니 안타까운 일이군, 싶었으니까. 제 나라의 역사를 다 알고 있을 이탈리아 사람들이 이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소설의 제목이 표범인 것에도 신선한 인상을 받았다. 돈 파브리초 살리나 가문의 문장에 새겨진 동물이며 작가의 가문의 문장에도 새겨져 있다고 한다. 작가의 자전적 요소가 소설에 담긴 셈. 소설 제목이 표범이라고 해서 날카로운 동물과 같은 성정을 가진 인물의 이야기라고 짐작했는데 그저 문장의 상징이었을 뿐. 유럽의 귀족 가문이 가진 문장이 당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했을지에 대해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터라 나는 나에게 섭섭하기만 하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데 모르니 끝내 모르고 마는 노릇이다.
등장하는 인물들 중 어느 누구도 튀지 않는다. 운명을 애써 거스르는 이도 보이지 않고 모두들 흘러가는 대로 각자의 생을 맡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싸우지 않는 점, 소설에서 쉽지 않은 구조인데 이렇게도 전개가 된다. 원망이나 저주나 반항이나 배신이 없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네 실제 삶이 이 정도로 밋밋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인상적인 것이었을까?
오래 전에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고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이미 방영되었을까 모르겠다) 시각적인 부분이 꽤나 돋보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잘생긴 남자와 여자가 연애를 하는 장면도 보여줄 테니. 게다가 당시 귀족들이 입었을 아름다운 옷, 살았을 아름다운 집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시칠리아라는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그곳은 어떤 곳일까? 이런 아름다운 소설이 나온 곳이라니. 시칠리아 여행 책이라도 더 구해 봐야 하나 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