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앞서 낸 책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읽지는 않은 채 이 책을 읽었다. 책 제목에 있는 런던이라는 지명에 확 끌려서. 요즘 같은 시절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여권을 들고서 비행기를 타고 바다 건너 가 보고 싶은 곳이 딱히 없기는 한데, 런던은 그래도 내게 매력을 던지는 곳이다. 한번 더 와야 하지 않겠니? 하는 듯.
이 책은 앞의 책 덕분에 나온 책이라고 해야겠다. 뉴욕에서 낸 이 책이 잘 팔린 덕분에 이 책이 런던에서도 출간하게 되었고, 작가는 홍보를 위해 런던에 있는 출판사의 초청으로 런던에 가게 되었으며, 런던에서 보냈던 일정을 일기 형식으로 써서 묶어낸 책이니까.
6월 17일부터 7월 26일까지. 이런 방식의 여행,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로서는 얻을 기회가 아예 없는 그저 부러울 따름인 여행이다. 초청을 받고 체재비 지원도 받고 현지 사람들의 도움을 잇달아 받으며 런던의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하고. 이게 다 작가로서의 능력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그런가 보다 싶기는 하지만.
그래서 그런가, 글에서는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거리감이 느껴진다. 작가들 중 일부는 이런 형태로 여행을 하기도 하는구나, 잘 모르던 방식이라 신기하구나 하는 느낌보다 괜한 질투심이 더 크게 작용했던 탓이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글이었다면 이런 여행을 당연하게 여겼을지도 모르는데(이만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므로) 앞선 책을 읽지 않아서 작가에 대해 모르다 보니 작가가 받는 대우에 심술이 났던 셈이다. 독자로서의 내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채링 크로스 84번지>를 읽어야 하나 어쩌나 망설이고 있다.
글보다 '은작가'라는 이가 그려 놓은 그림들이 훨씬 내 마음에 들었다고 적어 둔다. (y에서 옮김2022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