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어떤 말로 해도 다 이해할 수 없을 삶의 면면들. 이제는 지긋지긋하다는 감정마저 돋지 않는다. 그저, 어쩌나, 이렇게 해서 계속 살 수 있으려나, 사는 게 이렇게도 막막할 수 있는 건가, 내 사정이 아니라는 것에만 우선 안도하면서 내가 느끼는 이 이기적인 거리감은 앞으로도 허용될 것인가, 조마조마해지려고 한다.
2012년부터 2016년에 걸쳐 발표된 작품을 모은 소설집이다. 작가의 등단작품도 있다. 한결같다. 앞서 읽은 장편 <딸에 대하여>에 대한 인상이 깊어 선택한 책인데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막 찾아서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읽고 넘어서야 할 글이라는 생각은 분명하게 든다. 2010년대 우리 사회는 이렇게 아픈 아우성이 곳곳에서 넘치고 있다는 것이니까.
작가의 문체가 살풋 잡힌다. 장편 한 권으로는 잘 모르겠더니 단편 한 권을 보태자 결을 알아볼 수 있을 듯하다. 담백하고 강건하고 분명하다. 표현은 전혀 구질구질하지 않은데 소설 속 상황은 더없이 구질구질하게 그려지는 게 좀 무섭기도 하다. 내가 좋아했던 취향이 아닌데, 요즘 이쪽으로 꽤 열리고 있다. 보기 싫다고 안 보는 게 더 무책임한 일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알고 난 후의 내 의지에 따른 결과다.
소설은 어디까지 책임을 맡아 줄까. 작가는 어디까지 독자를 끌어들일까. 독자는 자신을 어디까지 데려가게 될까. 소설이라면 마땅히 우리 사회의 문제가 담겨 있을 것인데, 이 문제를 누가 어디서 먼저 끌어 당겨 풀어 나가 줄까. 작가는 문제를 끝도 없이 토해 내고 있는데 독자인 나는 읽는 일만으로도 힘겹다. 적어도 일하고 싶은 청춘들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하는 게 사회의 몫일 텐데 겹겹으로 쌓인 장애물을 벗길 방법을 못 찾겠다. 2020년이 코앞인데 2010년의 고통조차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한 권을 더 읽으면 다른 이의 글과 구별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읽고 싶어 기다리게 될지도. (y에서 옮김2019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