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는가. 몰랐던 사정, 알고 보니 아주 흥미로웠던 사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그렇구나, 책이라는 게 작가가 쓴 글 자체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구나(그런 경우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겠지? 막연한 나의 짐작-나는 여전히 편집자보다 작가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일지도). 외국의 책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는데 별로 신경쓰지 않고 넘겼던 생각이 난다.(뭐라고 해도 작가가, 작가의 글이 더 중요한 것이겠지, 편집인이야 옆에서 거드는 정도일 것이라고 여기면서.)
소설가가 들려주는 편집인의 삶. 글을 읽는 나는 오락가락했다. 이 글 소설이었지? 작가가 편집인이 아니라 소설가였지? 이렇게 몰입시키면 당황스러워지는데? 중얼중얼, 석주의 뒤를 따르면서 내가 지금 누구를 따르고 있는 것인지,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부터 새로 물어야 했다. 참 잘 읽혔다, 고맙게도.
등장인물들이 모조리 마음에 들었다. 이러하기도 쉽지 않은데. 작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어쩌면 이렇게 제대로 만들어 내었을까. 서로 비슷하고 또 다르고. 갈등하는 듯하다가도 다시 맞추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금방이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의 각자 이야기. 나무라고 싶은 부분은 하나도 없는 삶, 다들 너무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게 대견하기보다는 도리어 가여워지는 모습들을 가진 삶의 이야기. 소설이니까, 이 또한 현실이 아니니까, 그래서 내가 이렇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책만 이런 복잡한 세상을 거쳐 나오는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기획부터 디자인을 거쳐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모든 물건들이 누군가에게는 오직 그 혹은 그녀의 것이 아닐지. 갑자기 함부로 구입할 수도 함부로 버릴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낭패감이라니.
이 작가의 글은 계속 읽어도 좋아서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