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천천히, 한 줄 한 줄 뜯어먹듯이 읽다가, 한 편 한 편 휘리릭 넘기다가 그랬다. 어떤 시는 전편을 옮겨 적어 보았고, 어떤 시는 무심히 넘겨 보았다. 낯선 시어도 좋았고, 잡히지 않는 문장이라도 괜찮았다. 마치 모르는 남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을 그가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만족한다는 기분으로.
쉽지 않은 독서였다. 편하지 않다는 화자의 처지는 충분히 짐작이 되었고, 그 이유가 슬픔일 수도 허망함일 수도 안타까움이나 서러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아스라한 분위기만 느껴질 뿐, 시를 쓰는 마음이 힘들었겠구나 느껴질 뿐, 그러자니 내가 좀 아픈 듯도 싶어졌다.
언제부터 시가 슬픔이나 괴로움을 달래는 쪽으로 기울어졌나 아득해진다. 기쁜 시, 즐거운 시, 신나는 시들도 있을 텐데, 그런 마음이 들 때보다는 서럽거나 지쳤거나 외로울 때 더 잘 읽히는 것만 같으니. 이 시인도 그런 걸까. 여전히, 이만큼이나 나이를 먹어서도 여전히 생은 무겁고 길은 어둡고 바람은 아픈 것일까. 달라지는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달라지는 날을 맞이할 수 있기는 하는 걸까.
그녀의 인생이 흐르는 길에 나도 계속 같이 있고 싶다. (y에서 옮김201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