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시대다. 나도 아프고 너도 아프고, 살아 있는 사람도 아프고 이미 떠난 사람도 아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전 사람들도 사는 동안 그렇게 느꼈을까. 살아 있는 것도 힘들고 죽기도 힘들고 살아갈 일은 더 힘들고. 치료해 주겠다고 위로해 주겠다고 같이 아파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그래야 한다고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한 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좀처럼 와 닿지가 않는다. 여전히 아프다. 여전히 속상하고 여전히 억울하고 여전히 화난다.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하기 시작한 걸까. 나는 뭘 그리 잘못하고 살아온 걸까.
소설 속 여주인공, 보건 교사 안은영. 자신의 삶이 고단하다 하면서도 씩씩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온 힘을 다 쏟는 선생님. 내가 이 사람처럼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면 대신 이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내가 나서면 제일 좋겠지만,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 받지 않아도 되고 왜 못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되는 게 제일 좋은 상황이겠지만, 우리는 또는 나는 그럴 때 꼭 약해지거나 두려워지거나 소심해지거나 비겁해진다. 나는 못하겠지만, 너는 좀 해 달라고 기대하고 요청하게 되는 마음. 내가 아니라 너에게서.
그래서 아프게 된 걸까. 내 아픔이 될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외면하려고 했던 대가로, 자신은 처리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처리해 주기를 미룬 대가로, 나는 편하게 구경하면서 다른 사람이 힘들게 해결하기를 요구한 대가로, 그래서 우리 모두 아프게 된 걸까. 소설의 배경은 사립학교이지만, 소설 속 인물은 학생과 교사들이지만, 그대로 확대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위 무대가 되는 것을. 학교 안의 갈등이 곧 사회의 갈등이고 국가의 갈등이고, 사람 사는 모습이나 관계가 거기서 거기인 것을. 누군가는 제 욕심 때문에 다른 이를 해치려고 하고, 누군가는 제 어리석음 때문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고, 그 안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가여운 영혼을 구하고자 하는 갸륵한 인물은 살아 있고. 보건 교사 안은영과 한문 교사 홍인표처럼.
관심이 많이 생긴 작가이다. 소설 초반에는 좀 무서웠는데 읽어 나갈수록 마음이 훈훈해졌다. 세상이 좀 이래야 하지 않을까. 무섭기는 하지만 서로 손잡으면 훈훈해지는 세상. 마음의 나쁜 귀신이나 옴 따위는 서로 잡아서 없애 주기도 하면서. 안은영 교사가 나타나 지금 우리나라 안에 퍼져 있는 이 나쁜 기운을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물리쳐 주었으면 좋겠다. 달리 기대할 데가 없다. (y에서 옮김201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