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소설은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도 끝내 서늘해지고 만다. 하찮게 보이는 말이나 관계 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비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제서야 서서히 번져 나오는 거짓 혹은 악의. 그걸 알아 내지 못한다면 끝까지 알지 못하는 위악의 조각 때문에 상처를 입고 마는 지경에도 이른다. 이유도 없이 아프게 된다는 것, 누군지도 모를 대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가 그 뾰족한 흉기가 스스로를 향해 올지도 모르는 결말까지.
고등학교 도서실이 배경이다. 도서위원인 화자와 화자의 친구가 주인공이다. 여섯 편의 글은 고등학생들의 인간 관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좀더 세밀하고 은밀하고 사소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섬뜩한 요소들이 보일 듯 보이지 않게 깔려 있다. 범죄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 무심한 상태에서 시작되고 자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각각은 독립적이지만 여섯 편은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다. 순서대로 읽다 보면 화자인 호리카와와 친구 마쓰쿠라가 점점 친해지는(이걸 친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되지만)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돕고 챙겨 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흐뭇하기도 하고 안심도 된다. 부러울 만한 우정의 모습으로. 다만 반전은 늘 있지만.
나는 이 작가가 화자를 퍽 매력 있게 그려 내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번번이 반하는 느낌이다. 이 책의 호리카와도 그랬다. 별로 말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지극히 소심한 것처럼 보이고, 그런데 생각은 깊고, 관찰력도 주의력도 뛰어나고, 눈치도 빠르고, 무엇보다 정의롭다. 이걸 밖으로 내세우거나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점이 더욱 더(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많이 질렸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게, 내가 알아보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섭섭하다. (y에서 옮김20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