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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 문지혁
  • 12,600원 (10%700)
  • 2022-04-28
  • : 292

말이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 풍습이 다른 곳에서 정서가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은 어떤 변화일까?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간접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소설로 읽게 되면 그지없이 막막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할 텐데, 아, 참 힘들겠다, 힘들겠다, 힘...


8편의 소설, 쉽고 편하게 읽은 작품이 없다. 주어지는 환경 자체가 갈등의 근원이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나의 밖에서 막무가내로 제공되는 갈등 상황. 이겨서 살아남든지 그렇게 되지 못하든지. 삶이 이토록 무거운 것이었던가,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처한 게 아니라서 다행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속상해지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하고 절망에까지 이르고. 이 소설집, 참 힘들구나, 사는 일만큼이나.


깔끔한 문장이라는 말을 알겠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도 알아먹겠다. 작가의 글은 이렇게 깔끔하다. 깔끔해서 내 쪽에서는 도리어 멀어지는 느낌이다. 은근슬쩍 기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허투루 넘길 문장이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도 슬프고 가슴 먹먹하고 두렵다. 절대로 바라지 않는, 조금이라도 비슷해서는 안 될 세상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아주 냉혹한 얼굴을 한 채로. 세상이 이렇게 무서워져서야. 


현실이 아니어서 나는 허용한다. 여기까지. 다리를 건너 가고 싶지 않다. 못 건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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