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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 13,320원 (10%740)
  • 2020-01-06
  • : 9,663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다. 우리나라 소설을 향한 나의 각별한 관심과 사랑은 그래도 오랜 세월 함께 해 온 정이 깊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소설은 드는 대로, 그렇지 못한 소설을 만나면 안타까워하는 대로 계속 읽어 나가 보려 한다. 이게 내 나름의 응원 방식이니까.

 

이 작가의 소설로 나는 SF소설에 대한 두려움을 버렸다. 황당하고 괴기스럽고 말도 안 된다며 멀리 밀쳐 냈던 소설의 한 부분을 이만큼 즐겁게 끌어당길 수 있었던 데에는 이 작가의 글에서 영향을 받은 게 크다. 상상력이 마냥 낭만적이거나 환상만을 꿈꾸게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고.

 

상상력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좀 더 써 보자. 나는 상상력이라면 창의력만큼이나 무조건 좋은 것인 줄 알았다. 무조건이라는 것부터 안 되는 조건이었는데. 상상력과 창의력이 그릇된 인성이나 모자라는 윤리관과 결합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물이 나오는지 무수히 보았다. 영화나 소설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던 거다. 현실에서도 우리 눈 앞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도 끝없이 반복되어 일어나는 범죄들, 머리 좋고 마음 나쁜 이들이 저지르는 숱한 악행들이 우리를 얼마나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는지. 여기에도 일정 부분은 교육의 탓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저 창의력만 키워 주자는 목표 아래 세상살이의 근본인 인성 교육을 무시했던 지나간 어떤 날들의 총체적 실수로.  

 

작가가 이 책에서 그려 내고 있는 상상 속 세상도 사람들도 시스템도 모조리 어둡다. 먼훗날 우리의 미래 세대가 지금의 우리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강도만큼이나 냉혹하다. 그런데 소설 속 상황이 전혀 현실과 같지 않은 상황인데도 희한하게 거의 현실처럼 느껴진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속으로 흐르는 못난 정서들이 현실과 퍽 닮아 있어서일 것이다. 작가의 역량이다. 나도 걱정된다. 작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독자로서의 몫만큼. 지금의 우리 처지가 엉망이라 걱정이고 이대로 계속될까 걱정이고 이러다가 왕창 망해 버릴까 걱정이고 후대에 물려 줄 것이 없거나 나쁜 것만 남겨 놓을까 걱정이고.   

 

표제작 [목소리를 드릴게요]의 주인공처럼 목소리만 줘야 할 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내놓아야 하는 시절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내놓는 일, 이걸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잘 내놓아야 하는 것인지 답은 모르겠고 생각만 깊어진다. (y에서 옮김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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