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는 언제 하게 될까. 자신에게 하는 기대, 누군가에게 거는 기대,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기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라는 말에 담긴 마음이 예사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든 어쨌든.
가미야마 고등학교의 축제날. 세상에나, 고등학교 축제를 사흘이나 허락해 주다니(학교든 학부모든). 수업도 안 하고 오로지 축제 행사로만 진행되는 일정. 실제 일본에 이런 고등학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현실로서는 상상으로도 해 볼 수 없는 것을. 게다가 학생들의 참여 수준이 소설 속 상황만큼 갖추어져 있다면 허락해 줄 만하다고 납득이 되었다. 축제에 동아리 문집을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으려면, 문집을 만드는 쪽도 문집을 읽는 쪽도 각각 어울릴 만큼 수준을 갖추어야 할 테니까.
일본어의 십문자라는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알고 읽는다면 범행의 전개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그 범행 역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던가. 고전부원들의 '기대'를 은근히 받고 있는 호타로가 결국 범행의 전 과정을 밝혀 주었는데. 지탄다의 기대하는 마음, 사토시의 기대하는 마음이 안타깝게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아, 나에 대한 체념에서 다른 이에 대한 기대로 넘어가야 하는 삶의 씁쓸한 과정이라니.
이 작가의 글은 좀 무섭다. 읽는 동안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다 읽고 난 뒤에 생각하다 보면 스멀스멀 인간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과 가벼운 환멸까지 생겨난다. 인간 존재 자체의 실상이라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그러한 것 같기도 하고. 무슨 고등학교 축제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사건을 품고 있더란 말인가.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흔적이 아무 데도 없다. 새로 읽고 몇 자 적어 본다. 그때의 기억이 통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