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로 이 책을 고른 것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가 이름에 기본적인 믿음은 갖고 있었고, 차례에 시골 생활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그득해서 호기심이 생긴 것은 맞다. 시골에서 산 지 20년이 지났는데 내가 살아 본 시골의 생활과 이 작가가 말하는 시골의 위험한 모습을 비교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해야겠다. 나도 모르고 있었던 시골의 위험함을 더 늦지 않게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조바심도 한몫 했고.
작가는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고 시골에서 살겠다고 하는 도시인(특히 도시의 직장에서 은퇴한 사람)들에게 꽤나 위협적인 말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지간한 사람들은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쓰윽 사라질 것도 같다. 일본 작가이고 일본의 시골과 도시 상황을 말하는 것일 텐데, 어찌 이리도 우리네 사정과 비슷한 게 많은지 신기하기도 했다.
시골에서 산다는 것, 그렇지, 낭만적이기만 한 건 결코 아니다. 차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말이 '풍경이 아름답다는 건 환경이 열악하다는 뜻이다'였다. 얼마 전 첫눈이 내렸을 때, 우리집은 갇혔다.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눈이 온 것이었다. 시골에서 눈에 갇히면 갇혀 있는 동안 지낼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눈이 내린 앞산 뒷산의 모습이야 더없이 예쁘고 근사하지만, 길이 눈에 덮여 오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보면, 하필 이런 때 누가 아프다거나 물, 전기, 가스가 떨어지는 비상 사태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시골의 낭만은 원망이 되고 말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가족은 이런 상황에 불평을 하지는 않는다.
'골치 아픈 이웃도 있다'는 말도 의미 있게 다가왔다. 바꿔 말하면 도시에서 인간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사람은 시골에서도 역시 인간 관계 때문에 힘든 일을 겪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세상 어디에도 좋은 사람들만 사는 곳은 없을 것이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사람이 싫어서 시골로 간다는 생각은, 그러니 위험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예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처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혼자 살 게 아니라면. 적절하게 베풀고 적절하게 친절하고 적절하게 거리를 두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게 좀 민망한 태도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어긋나면 상당히 힘들어질 수 있다.
'하루가 다 가도 모를 정도로 전념할 것이 있어야 한다'는 말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작가가 이 책을 은퇴 후에 시골에서 살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 말은 시골 생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리라 본다. 은퇴한 모든 사람들이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유행하는 취미를 계속 바꿔 가면서 돈을 쓰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라고 하는 작가의 말은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보았다.
이외에도 흥미를 일으키는 내용이 많이 있는데, 이 책을 읽어야 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각자에게 필요한 부분을 골라 시골 생활을 준비하는 데에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예습은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해 본다.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경험이라면 무턱대고 부딪힐 게 아니라 간접으로라도 연습을 해 보는 게 좋겠다. 그래야 시행착오가 줄어들 테니까. 하물며 은퇴 후 시골 생활은 투자 비용이 너무 크기도 하고 자칫 잘못되었을 때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으니 무조건 신중해야 한다는 게 맞는 말이다.
시골에서 살아볼까 하고 이제 막 생각해 본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 봤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