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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날개의 집
  • 이청준
  • 7,200원 (10%400)
  • 1998-02-22
  • : 32

한 해를 대표하는 수상소설집을 읽으면 여러 모로 이점이 있다. 우선은 그 해의 대표작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출판사에 따라서나 수상하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소 다른 면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래도 그 해의 사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놓은 소설모음집에는 틀림없다. 시간을 놓쳐 미처 읽지 못했던 소설이나, 어떤 문학잡지에서 이미 읽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설들.

이 책은 이수출판사에서 펴낸 작품집이며 1회 당선자로 이청준의 소설을 뽑았다. 물론 나는 이청준의 소설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다. 그의 소설은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나로서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1회 당선자로 뽑힌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도 생각되었다. 아마 내가 그의 맹목적인 독자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품은 좋다. 늘 그래왔듯이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며 살아갈 문제들을 깊이 그리고 무게있게 또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읽다보면 이런 글에 내가 왜 이리 빠져들고 있을까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그리고 곧 빠져든 자신이 행복해진다. 작가를 따라 덩달아 생각하고 고민하고 회의하면서 글 속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한편 이 책에는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실려 있다. 1998년에는 여자 작가들이 분발했던 시기였던 모양이다. 김형경, 전경린, 조경란, 공지영, 강규, 최윤. 지금 모두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다. 모두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특별히 조경란의 '사소한 날들의 기록'이 남는다. 아마도 내가 지금 사소한 일에 자주 마음이 쓰이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방현석의 '겨울미포만'은 가슴아픈 소설이다. 내용이 가슴아프다는 게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이 그러하다. 현재의 우리에게 노동현장의 소설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80년대 초 민주화 과정을 몸으로 겪지 못한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런 소설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지 그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 시대를 증거해 줄 글들임에도 조금씩 낯설어지고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내가 지금 이럼에랴.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인상깊은구절]
한 폭의 좋은 그림 앞에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위로를 안겨주는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물론 그 표현방법이나 화면의 메시지 등을 망라한 그림의 작품성 때문일 터이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고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 현실의 아름답지 못하고 자유스럽지 못함을 그의 작품으로 아프게 앓아낸 작가의 예술정신, 그 아름다움과 자유를 얻기까지 그 현실과 우리 삶에 바쳐진 사랑과 피땀어린 작품과정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해 그것은 어느 종교의 성인이 "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 모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마지막으로 나도 나으리라."고 한 법어 속에 우리가 사랑 가득한 위로와 자유를 느낄 수 있음과 같이, 우리 현실과 삶의 아픔을 그 작가가 앞서서 혹은 대신해 앓아준 때문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작품으로 감당해가야 할 값지고 큰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상소감에서-  (y에서 옮김200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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