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 쪽이다. 잘 마시지도 못할 뿐더러 술마다의 차이도 모르고 썩 즐기는 편도 아니다. 어려서는 모르고 마셨는데 언젠가부터는 마신 뒤가 힘들어져서 그만두었다. 그런데도 술 마시는 분위기라든가 술과 함께 하는 안주라든가 술에 얽힌 이야기 따위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게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 거다(보는 것으로만 그리고 괜찮은 술자리의 에피소드로만). 그리고는 만화로 이 모든 욕구를 대신 해결한다. 비싼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니고 나로서는 썩 괜찮다.
같은 형식의 비슷한 에피소드. 끝없이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안다. 스물여섯 살 와카코가 이대로 나이 들어가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혼자 마시다가 함께 마실 사람을 찾아냈다 하는 정도로 나아갈 수도 있겠지. 어떤 식으로 변하든 맛있는 술 홀짝이는 것과 맛있는 안주를 먹으면서 '푸슈'하는 장면은 변함이 없을 듯하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돌아보면서 잠깐 자신을 돌보는 시간, 크고 대단한 게 아니라서 더 마음이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혼자 살겠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시절이다. 혼자서 놀고 혼자서 쉬고 혼자서 밥 먹고 혼자서 여행하고. 여지껏 혼자 살아온 게 아닌 나로서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인간관계의 거리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입은 각종 상처들은 나이와 관계없이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예전에도 있었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갈등들이 이제는 밖으로 다 보여지는 세상이 된 것이다. 참고 봐 주면서 해결한 척 하는 대신에 관계를 털고 끊어도 좋겠다는 정도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소중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y에서 옮김20191108)
와카코처럼 온전히 자신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는 모든 이들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맥주 한 캔은 마셔 주어야겠다. 안주는? 따로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