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싫어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고.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가는 일은? 글쎄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몇 차례 다녀온 적도 있지만,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보러 간 경우에는 보러 온 사람에 치이고 밀려 뭘 봤는지 모르겠고, 모르는 화가의 그림은 또 뭐가 뭔지 몰라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나 여겼던 것도 같고. 그림 앞에서 멍 때리듯 서 있는 사람들도 있던데 아직 그래 본 경험이 없다. 이만큼이 그림과 미술관과 나와의 관계라고 해야겠다.
굳이 따져 보면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그림만 몇몇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단연 모네의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머물렀다. 모마 미술관이라는 곳에 관심이 생겼을 만큼, 뉴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1도 없지만 모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는 여기 5층에는 가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라에몽의 마법 문이 있다면, 공간 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곳 5층으로 가 보고 싶다고.(내가 이만큼이나 그림을 좋아하나? 아닌 것 같은데.)

도슨트라는 직업 이름을 익힌다. 미술관 현장에서 작품과 화가에 대해 설명해 주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참으로 근사하다. 이 순간 무언가를 설명하는 직업 중에 도슨트가 가장 멋있게 느껴진다. 그림을 알고, 그림에 대해 그림을 그린 이에 대해 그림을 보는 눈에 대해 말해 주는 사람이라. 본격적인 도슨트를 만난 적이 없다 보니 상상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이 책 덕분일 수도 있겠다. 책에서 글로 보는 게 아니라 그림 앞에서 도슨트의 음성으로 직접 들을 수 있다면, 그림 감상의 폭도 훨씬 깊고 넓어질 것만 같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책에 실린 그림들은 대체로 알고 있었고 작가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는 것도 있고 몰랐던 내용도 있었다. 나같은 독자에게는 사실 책으로 보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다. 내 수준과 흥미에 맞게 천천히 넘겨도 빨리 넘겨도 되는 이 속도도 중요하니까.
그림을 보러 가고 싶다는 말,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 갖고 싶은 허영이다. (y에서 옮김2024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