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유쾌한 산문 [산문-칼과 황홀]
바람개비 2025/11/22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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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과 황홀
- 성석제
- 12,420원 (10%↓
690) - 2011-10-07
: 1,230
몹시 즐거워하면서 읽었다. 이렇게 유쾌한 마음으로 책을 읽은 기억이 근래에는 없었는데. 내가 왜 이 작가를 놓치고 있었던가, 진작 몰랐던 것이 안타깝기까지 했다.(이 작가의 글을 읽게 된 계기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가의 글 덕분이다. 학생들에게 더 읽게 할 자료를 찾다가 본 것인데, 정작 학생들에게 읽혀 보니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내게 더 유용한 책이 된 셈이다. 글을 통해 풍자라는 개념을 가르칠 때 정말 효과적인 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학생들이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니, 그 원인이 풍자에 대한 내 설명이 부족한 탓인지 작가의 글이 어려운 것인지 빨리 판단이 안 되기는 한다. 아무려나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작가와 글을 발견한 기쁨은 크기만 하다. )
음식 이야기다. 먹는 이야기는 아무리 많이 읽어도 새롭고 즐겁다. 내가 먹는 일에 그리 매달리지는 않는 편인데, 글로 읽는 음식은 어찌 이리 맛있기만 한지 모르겠다. 어쩌면 입으로 못 느끼는 즐거움을 눈과 생각만으로 즐기는 맛이 더 큰 탓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작가의 냉소적(작가 스스로 표현한 성격임)인 성격과 말투와 행동도 재미있고 이를 구경하는 맛이 참 쏠쏠하다.(나는 전혀 그렇게 못 하고 사니까 더 그런 것일까.) 구경꾼으로서의 자질이 내 속에 많이 숨겨져 있는가 싶다.
갈수록 먹고 사는 일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질수록 더 가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간단하게 먹어도 세 끼, 우아하게 먹어도 세 끼, 그 세 끼를 위해 우리가 바치는 모든 수고로움이 어떨 때는 눈물겨울 만큼 절실하다. 본의에 어긋나서 한 끼를 놓쳤을 때의 서러움이란, 정말 말할 필요도 없고.
술 이야기가 제법 많이 나온다. 맥주, 막걸리, 소주, 양주, 폭탄주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세계 곳곳에서 만든 추억들이 낯선 곳을 향한 동경과 함께 마음을 잡아 끈다. 나도 그렇게 해 봤으면 싶은 자그마한 소원으로. 술 이야기가 많아서 학생들에게 이 책을 통째로 권하지 못하겠다는 아쉬움도 좀 남고.
일상이 지루하고 팍팍해서 잠깐씩 웃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분들께 권한다. 재미있을 것이다. (y에서 옮김201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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