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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여행의 시간
  • 김진애
  • 16,200원 (10%900)
  • 2023-03-03
  • : 713

올바른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 중에 살짝 얄미운 사람이 있고 그저 존경스러워지는 사람이 있다. 얄미운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올바른 말만 하고 있다고 해도 저 혼자 잘난 척을 한다거나 듣는 이를 안 그런 척하면서 무시하는 뉘앙스를 풍긴다거나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나중에는 그가 하는 올바른 말조차 듣기 싫어지는... 이만큼 쓰고 웃는다, 몇몇이 떠오른다.


이 책의 작가는 이와 반대쪽이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쓴다. 아니었으면 아예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알쓸신잡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작가로 이번에 국가정책의 위원장이 되었다. 어떤 인물이기에 이런 자리를 맡게 되었을까 궁금한 차에 만난 책이다. 건축도 정치도 잘 모르지만 내가 가진 상식 선에서 끄덕인다. 이만한 사람이라, 이런 글을 쓰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그 자리를 맡았구나,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내 마음을 쓰다듬는다.


소재는 여행이고 주제는 삶과 시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집을 떠나면 모든 과정이 여행이라고 한다는데 그런 것 같다. 하다못해 집 앞 슈퍼마켓에 다녀오는 동안만 해도 짧은 여정이 될 수 있으니까. 무엇을 하러 가든 목적지까지 가면서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들이 모두 여행의 조건이자 삶의 내용이다. 참으로 근사한 설정이다. 하루에도 몇 차례고 여행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 


여행, 점점 더 좋아지는 말이다. 굳이 몸으로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나는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내 의도를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작가에게 고마워졌다. 작가의 여행 스타일과 내 여행 스타일부터 여러 조건들을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비슷하면 비슷한 대로, 다르면 다른 대로 이것이야마로 타인의 삶을 인정하는 현명한 방식의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부러움이 따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런가 보다, 내가 꽤 여유로워진 기분이 된다. 남들 가는 곳이라고 나도 가 봐야겠다고 방정을 떨었던 시절도 겪었다. 그렇다고 다 가 본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내게 어울리는 일정이 아니라는 것을. 대신 다른 방식으로 여행의 경험을 얻는다. 이 책을 읽는 일처럼, 혹은 이 책에서 작가가 즐기는 것 중에 하나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일처럼.  


두루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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