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알아챘다. 범인을 알아챈 내가 대견하다. 이만큼 읽으니 짐작을 할 수 있겠구나, 이 정도의 수준이 빠른 건지 느린 건지 구별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비로소 작가의 술수를 알아낸 기분이라 뿌듯하기만 하다. 이 다음에 읽을 책에서 또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전혀 없지만.
포아로 경감이 등장하는 에피소드다. 배경은 부자의 저택. 저택의 주인이 독살당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모조로 용의자로 주목받는다. 유산 문제가 얽혀 있는 탓이다. 부자는 부자라서 또 편하지 않는 점이 있겠구나, 유산이 누구에게 얼마 주어지느냐에 따라 목숨이 오가기도 하는 모양이구나, 가족이라고 해도 돈 때문에 죽고 죽이고들 하는 것 같구나, 거참...... 얼마나 돈이 많으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는지, 나로서는 앞으로도 마주칠 일이 없는 상황이고.
모두가 범인인 듯하다가 금방 모두가 범인이 아닌 듯한 상황으로 전개시키는 작가의 솜씨는 여전히 훌륭하다. 속았다 싶어도 어느 새 다시 의심하고 있는 내 상상력을 깨닫고 보면, 내가 또 빠져들었구나 허탈해서 웃게 된다. 헤이스팅스라는 화자의 시선으로 범인을 추측하면서 사건을 정리해 나가는 게 뭔가 불리한 느낌이다 싶으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기만 하니 불평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포와로는 어찌 그리 추리도 상황 정리도 잘 하고 있는 건지.
내가 갖고 있는 스무 권에서 몇 권 남지 않았다. 아껴 읽어야 할까 보다. (y에서 옮김2018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