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읽고 나면 그지없이 흐뭇해진다. 참 많은 것을 얻은 기분이 들도록 해 주는 책이다.(내가 얼마나 외웠느냐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읽는 도중이 무척 충만한 기분이었다는 뜻이니까.)-이 책을 권해 주신 이웃(껌정드레스)님께 또 감사의 인사 말씀을 남겨 두자. 이 책과 작가가 너무 마음에 들어 또 다른 책이 뭐 있나 검색해 보았더니 껌정드레스님이 이미 이 작가의 책을 섭렵해 놓았음을 발견했다는 것. 나도 따라 가리라.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읽었던 것인데, 네덜란드만 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유럽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게 복잡하고 정신없는 곳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보면서 또 확인했다. 네덜란드만 읽고자 해도 결국 유럽을 읽게 되고 유럽 전부를 알아야만 이해가 되리라는 것을. 그리고 유럽의 역사를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 그게 다행이다 싶다. 읽어도 읽어도 이름들이 외워지지 않아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질릴만도 하건만, 나로서는 안 외워지는 바로 그 한계가 책을 읽는 재미를 유지시켜 주는 장치로 여겨지고 있으니.
작가의 이력이 풍부하니 책을 읽는 재미도 풍부해진다. 경제학과 역사학을 모두 공부한 사람이 전해 주는 유럽의 역사. 자본주의의 성장과정과 한계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많이 알고 글도 잘 쓰고 독자에게 전해 주려는 의도도 성실하고, 기억하고 싶은 작가이다.
전쟁. 전쟁은 우리를 죽이기도 하지만 살아남게도 한다, 거 참. 살아남겠다고 전쟁을 하자고 할 수는 없지만 전쟁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쌓아온 무수한 결과물들. 그 결과물이 바로 문화이고, 기술이고, 학문이겠지. 지구 위에서 우리는 결국 싸울 수밖에는 없는 것일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아, 사람이란...... (y에서 옮김20120428)
정치가 지루할수록 국민은 행복한 것이다.- P61
루돌프 사슴은 1939년에 시카고의 한 백화점이 만들어낸 캐릭터인데, 이것이 크게 성공을 거두어서 전세계에 퍼져나간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원래의 크리스마스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20세기 미국의 발명품이다.- P141
자본주의 질서는 결코 그런 것을 허용치 않는다. 부의 증대는 부의 집중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모든 사람들이 공평하게 부유해지는 법은 없다. 부자들이 존재하려면 그 밑에 훨씬 더 많은 수의 빈민들이 있어야 한다.- P230
아무리 상대적으로 잘사는 사회라고 해도 빈민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이들을 힘으로 억압하는 수밖에 없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사회 질서란 결국 ‘불평등의 유지‘인 것이다. 다수의 가난한 사람이 가난한 상태로 계속 존재하면서 열심히 일해야만 부자와 권력자들이 존립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런 질서에 순응치 않는 빈민은 가혹하게 억눌러주어야 하는 법이다.- P233
자본주의 사회에서 법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힘있는 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법원은 부유한 시민들을 일시에 파산 상태에 밀어넣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P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