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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개비님의 서재
  • 욕망의 땅
  • 엘리스 피터스
  • 15,120원 (10%840)
  • 2025-06-30
  • : 207

원래 제목이 The Potter's Field로 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도 이 제목과 내용과의 연관성을 알아내지 못하여 찾아보았다. 왜 이렇게 번역했을까? 도공의 땅이 욕망의 땅이 된 이유는? 성경에 '도공의 밭'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욕망이라는 단어에 붙잡혀 끝까지 땅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관련시켜 읽었는데 살짝 속은 느낌? 어차피 두루두루 잘 속는 나로서는 딱히 변명할 것이 없기는 하지만.


도공의 땅이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는 했다. 도공이 어여쁜 아내와 살았던 땅, 그러나 도공은 아내를 버리고 수사가 되어 수도원으로 들어갔지. 이후 남편으로부터 버려진 아내는 사라져버렸고 그 땅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이 여자는 누구인가? 도공의 아내인가, 또다른 여자인가. 


죽은 사람의 신원을 밝히는 일은 그 사람이 살았던 삶의 궤적을 모두 찾아내는 일과도 같다는 말이 생각났다. 어떻게 왜 죽었는가 하는 점은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점과 같은 맥락에서 헤아려야 한다는 것.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살아왔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는 것의 뜻도 알겠다. 나는 범인보다 이 점에 더 유의하며 이 소설을 읽은 셈이다. 여기에다가 제목에 나와 있는 욕망까지 얹어서. 풀 수도 없을 문제를 나 혼자 만들어놓고서. 


내가 어설프게 추리한 방향과는 아주 엉뚱하게 사건은 해결되었고 나는 또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이 문제를 이렇게 다뤘다고? 여자의 삶, 혹은 여자의 존재는 오로지 남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대하여. 작가는 1910년대에 이 소설을 썼고 소설의 배경은 그보다 천 년쯤 전이고.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자는 독립된 인격체로 존재하지 못하는 것인가? 남편이-남자가 버리거나 죽으면 여자의 인생은 중단되는가? 남편이-남자가 사고를 치고 잘못을 저질렀는데 아내가-여자가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한가? 반대의 경우는 성립되는가? 글쎄, 내가 세상 사람들의 삶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이 아니니 무엇이라고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재미있게 읽고 있다. 재미만 있는 게 아니어서 더 만족한다. 추리소설에서 인간의 본성을 읽는 일이 내게는 더없이 유익하다. 직접 경험으로 좀처럼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니. 남아 있는 책도 아까워하면서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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