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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중독X읽은책산책
  • 편집 만세
  • 리베카 리
  • 19,800원 (10%1,100)
  • 2023-10-10
  • : 2,035

책을 만드는 일에 동참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작가/유령작가(대필작가)/에이전트/기획편집자/편집자/교열자/색인 작성자/교정자/번역가 등과 인터뷰한 내용과 문법/문장부호/철자/각주/번역/블러브(홍보카피)/표지 디자인/텍스트디자인(서체 등)/인쇄/절판 등에 관련된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무척 세분화되어 분업이 잘 된 출판업무라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의 실정은 다르다.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의 편집자는 위에 언급한 업무 중 글을 쓰는 작가와 번역가의 일을 제외하고 전부 관여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저자인 펭귄북스 편집장은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하는 우리보다야 시장의 규모가 클테지. 그러니까 저런 분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무리 펭귄북스 편집장이라 해도 책을 보면 좋아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에 열심을 다 하는 걸 보면 이러니 저러니 해도 편집자들은 다 그래, 이러면서 동의하게 된다. 책 중간중간 유머도 놓지지 않는다. 이를 테면…


“아무도 당신의 허접쓰레기를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p26


쉼표는 비굴하고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못하고 사용과 편의에 의존하고 실용적 목적으로 사용된다.  쉼표는 옷 입고 신발 신는 일을 도와주며 당신이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하고… 품위를 떨어뜨린다." -p160


신부, 토끼, 목사가 바에 들어온다.

토끼가 말한다.

"나는 오타인 것 같아."(rabbi랍비/rabbit토끼-옮긴이) -p165 


아래는 나도 저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


일단 종이에 적어요.

그다음 일은 나중에 생각합시다.

맥스웰 퍼킨스 -p91


공감하는 또 하나, 책의 오탈자를 보게 되면 양해해주십사 부탁하는 것. 


보통 처음에는 교열자와 저자가 함께 작업하고, 다시 저자가 보고, 그다음에는 교정자가 보고, 후에 교열자나 편집 주임이 확인하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최종 단계에 이르면 시계가 똑딱거리는 가운데 마지막 교정지를 볼 사람은 한 사람밖에 남지 않는다(그렇다. 주로 나다). 이런 이유로도 종종 최종 인쇄물에서 오류가 발견된다.

이 단계에서는 실수를 저질러도 알아차릴 사람이 없다. 그러니 혹시 나중에 책을 읽다가 명백한 실수를 발견하더라도 이런 사정이 있었겠거니 하고 감안해주면 좋겠다. -p184


이 책에서 인상깊은 것은 책이라는 것은 결국 독자와 작가 사이의 일종의 “소통 계약”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기 위해 편집자들은 오늘도 침침한 눈을 비비며 원고를 읽고 있을 것이다! 


"최고의 책은 ···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나는 이 말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기보다는 인간의 경험을 돌아보게 해주는 책,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의미로 이해했다. 허먼 멜빌은 훌륭한 글을 읽으면 생각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것 같은 "인식의 충격"에 빠진다고 말했다. 글이 너무 사실적이라 마치 우리가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가능한 이유는 그 글이 출판계 사람들에게 선택되고, 구성되고, 편집되고, 보완되고, 개선되어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p406


편집자로서 독자로서 책에 관한 애정이 있다면 재미있고 공감하며 읽을 책. 


"진짜 문제는 이 책이 읽을 만한가, 가치 있는가, 좋은 책인가 하는 것입니다. 책이 구간이든 신간이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그 책을 안 읽었다면 구간이더라도 사실은 신간인 셈입니다. 책은 읽히기 전까지 다 신간인 거죠."

그렇다. 오래된 글은 새로운 독자를 만날 때마다 새 생명을 얻는다. -p362~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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