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 청소부 마담 B.
범죄 청소부는 현실에서든 소설에서든 흔한 직업은 아니다.
공식적이고 떳떳한 직업 역시 절대 아니다. 범죄의 흔적을 지우는 이들은 범죄자의 공범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담 B가 무사하길 바라게 되는 것은 왜일까?
마담 B, 블랑슈 바르작은 15년간 92건의 청소를 해온 베테랑 청소부이다.
블랑슈는 지금껏 범죄 현장은 깔끔하게 청소해왔지만, 그녀가 지금까지 해왔던 행적들은 지우지 못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회피하거나 합리화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은 말한다. "네 선택들에 책임을 질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거야."
블랑슈가 주인공인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블랑슈는 비로소 어른이 될 때가 온 것이다.

블랑슈는 엄청난 합리화의 달인이다.
자신이 치우고 있는 시체는 사실 죽어 마땅한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든가, 자신에게 사건 현장을 맡긴 의뢰인은 사실 건실한 사람이며 이 살인 사건은 우발적인 사고였다든가 하는 식이다.
블랑슈가 무사하길 바라게 되는 이유. 그건 우리가 이런 블랑슈의 입장과 시선으로 사건을 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 때문에 블랑슈의 문제가 더 커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사건이 진행되며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탓에 등장인물 모두를 한 번씩은 의심하게 된다. 심지어 블랑슈 본인조차도 용의선상에서 빠질 수 없다. 등장인물이 적어 추리할 맛이 나는 것도 소소한 장점이다.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가 없다. 실제로 나는 책을 천천히 읽어나갈 계획이었지만, 읽다 보니 결말이 궁금한 나머지 하루 만에 집중해서 다 읽어버렸다. 킬링타임용으로 아주 제격이다.
너무 무겁지 않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 스릴러 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블랑슈는 기도하는 법을 모르면서도 기도해 보았다.
그녀의 소망은 단 하나였다. 이 죽음에 아무런 책임이 없기를.-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