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크기.
글자는 조금 더 컸으면 어떨까 아쉽다.
쪽수는 162쪽에 4개의 단편이 들어가 있다.
감상을 네 글자로 표현하자면 '용두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첫 번째 단편은 '초대'.
초중반부까지는 좋았다.
후반부가 망쳤다.
아마 가스라이팅에 관한 내용인 거 같다.
가시부터 시작된 빌드업은 깔끔했다.
다만 마지막 부분.
등장한 태주라는 여인과, 그녀의 초대.
가스라이팅하던 남자를 죽이고 살인마가 된다.
무슨 이런 결말이 있지? 실망감과 함께 보다 더 큰 아쉬움이 엄습했다.
두 번째 단편은 '습지의 사랑'.
이것도 위와 같다.
엔딩이 작위적이게 느껴졌다.
빌드업을 좀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메세지와 아이디어는 좋았기 때문이다.
세 번째 단편은 '칵테일, 러브, 좀비'.
이것 또한 마찬가지다.
마지막이 아쉬웠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전혀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며 끝난다.
좀비 사태가 벌어졌는데 뱀한테 제사를 해서 해결하다니.
앞 세 작품은 아이디어는 생각해냈으나 결말을 어떻게 할 지 몰라 대충 땜빵 처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심지어 마지막에 등장한 민이라는 캐릭터는 이미 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설정으로 보인다. 그녀가 가져온 무기들도 하나같이 허무맹랑하다. 손도끼, 전기톱, 산탄총, 곡괭이. 독자의 몰입은 의외로 사소한 것에서 깨지곤 한다. 내겐 이 부분이 그랬다. 작중의 좀비 사태는 그리 오래된 사태도, 그리고 심화된 상태도 아니다. 좀비의 수라고 해봤자 고작 스물에서 삼십 정도. 그런데 좀비 잡는 대행업체가 여럿 발호하고, 정부 허가를 받지 않은 민간업체에서 버젓이 산탄총을 가지고 집에 들어온다. 아무리 판타지라지만 너무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면모는 소설의 몰입을 헤친다.
네 번째 단편은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
구성이 참 좋았다.
결말도 허무하지만 깔끔했다.
어쩌면 습지의 사랑과 비슷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다만 전하려는 듯한 메세지는 공감하기 어려웠다.
아쉬움과 별개로 평점은 5점 중 3점.
이것은 단편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는 짧다. 선택과 집중. 하나를 얻고 하나를 포기한다. 그런 것이다.
아쉬운 완성도, 흐지부지된 결말, 하지만 그런 점보다 강렬한 소재와 아이디어가 더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