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특정 장소에 있을 때 가슴이 답답하고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가? 게다가 그곳이 바로 직장 사무실이라면 어떨 것 같은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 감이 잘 오지 않을 텐데, 도무지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용기가 있으면 초기에 정신건강의학과로 달려가 상담과 약물의 도움을 받고 빠르게 호전될 수도 있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할 경우에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상태가 매우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런 중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불안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늘 자리하고 있다. 가스 불을 끄고 나왔던가, 문은 잘 잠궜었나 같은 생각들도 불안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불안을 잘 다루는 것이 만족스러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을 받지 않더라도 그 불안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잘 설명해 놓은 <불안할 땐 뇌과학>이 최근에 번역되었다. 미국에서 2015년에 출간된 후 아마존 신경심리학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영미권 아마존 리뷰 7,300개를 자랑하는 검증된 책이 국내에 번역된 것은 즐거운 소식이다. 이 책의 도움을 받으면 불안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흥분하게 만든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단순하다. 뇌 이해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을 소개한 후(1부), 불안 요인인 편도체(2부)와 피질(3부)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에 대해 각각 다룬다. 그게 끝이다. 뭐가 이렇게 간단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단순한 메커니즘 안에 불안을 다스리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다.
생각과 이미지를 통한 불안은 ‘피질 통로’에서 발생한 불안이고, 세포 회로에서 상황이나 대상에 정서적 의미를 부여하거나 감정 기억을 형성함으로써 오는 불안은 ‘편도체 통로’에서 발생한 불안이다(16, 21쪽). 이 두 통로가 불안을 생성한다. 편도체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 전략에는 이완 요법(6장), 노출(8장), 운동(9장)이 있고, 피질에 기반한 불안의 통제 전략에는 생각 패턴을 인지하기(10장), 인지 재구성하기(11장)가 있다.
80개의 구체적인 ‘사례’와 불안과 관련된 각종 ‘훈련’ 매뉴얼들(여기에는 다양한 불안 유형에 대한 체크리스트까지 포함된다), 각 장 끝에 핵심을 정리해 놓은 ‘요약’을 보면 이 책이 왜 아마존에서 1위를 차지하고 수많은 리뷰가 달린 주목받는 책이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세밀한 요소들 하나하나가 모여 불안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적극적인 매개체가 되어 준다.
많은 유익한 내용들 중에서도 내게 놀랍게 다가온 부분은 불안의 순간에 도망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불안하게 되면 그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나 역시 가끔(혹은 자주) 어떤 특정한 공간, 사람,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면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저자는 ‘편도체’ 기반 불안 통제 전략에 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공황 상태에 빠졌을 때는 그 상황에서 곧바로 도망치려는 강력한 충동이 생길 텐데 이를 억누르는 게 중요하다....가능하다면 긴장을 풀고, 숨을 깊게 쉬고, 그 상황에서 도망치지 않고 그대로 버티며 남아 있으려고 노력하라....편도체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면 반드시 ‘편도체가 작동하는 상황 안에서’ 통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137쪽). 편도체가 작동하는 상황 안에서 통제를 배우고 새로운 감정으로 내 감정을 연결 짓기 하는 바로 그때에 비로소 불안이 극복될 수 있다. 이 내용이 내게 얼마나 큰 통찰을 주었는지 모른다. 아마 불안함으로 힘들어 하다가 이 책에까지 이르게 된 독자들 모두가 나와 같이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공저자는 ‘나가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불안에서 완전히 벗어난 삶을 살 수는 없지만, 편도체 기반 전략과 피질 기반 전략을 모두 사용하여 불안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277쪽)고. 불안이 내 삶의 주도권을 잡아 나 자신의 시공간을 제약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면, 이 책을 펼쳐 하나씩 실천해 보는 걸 추천한다. 그러면 적어도 불안이 내 삶을 좌우하는 끔찍한 일만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 해당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