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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님의 서재
  • 빛과 먹선 이야기
  • 석용욱
  • 11,700원 (10%650)
  • 2010-12-01
  • : 547


만평은 그 시점의 이슈가 된 사건이나 인물 등을 비평한 한 컷짜리 만화다. 사설과 같은 사건을 다루면서도 만평은 단 한 컷만으로 문제의 핵심을 독자에게 보여줘야 한다. 독자의 눈길이 머무는 불과 몇 초의 시간동안 하고자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공감을 얻어내야 한다. 긴 글을 쓰는 것이 더 쉽다는 건 아니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출석하는 교회에서 묵상교재로 사용하는 GT를 통해 석용욱 작가님의 그림과 글을 처음 접했다. 한 주의 묵상분량이 끝날 때마다 나오는 한 장의 그림과 짤막한 글. 그림묵상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그 코너가 나는 신문의 만평같이 느껴졌다. 이 세상의 사건사고들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영적인 세계의 이슈들과 우리 각자의 영혼에 대한 만평 말이다.


바다가 거칠다. 파도가 거세다. 그 파도 위에서 한 서퍼가 보드를 타고 있다. 빛과 먹선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그 위에 이렇게 적혀있다.


예수님을 믿으면 인생의 파도가 모두 사라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 파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내가 파도 타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이 그림과 글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내 인생이 미쳐버린 바다 같이 느껴졌다. 바다는 쉬이 잠잠해지지 않았고 거센 파도는 멈출 줄 몰랐다.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이겨내야만 한다는 각오로 내 얼굴을 굳어질 대로 굳어져있었다. 나는 밤마다 파도가 그치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내가 본 그림 속의 서퍼는 웃고 있었다. 재밌어 죽겠다는 얼굴로 파도를 타고 있었다. 실로 충격적이었다. 그 글 그대로였다. 나는 파도를 견디며 이 파도가 멈추기만을 기도했지만 기독교란 파도를 멈추게 하는 종교가 아니라 파도를 타는 법을 가르치는 종교였다. 나는 파도가 그치기를 바라기보다 그 그림 속의 서퍼처럼 파도를 맞아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심지어 인생이 늘 잔잔한 바다와 같다면 대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림묵상은 이렇듯 겨우 한 장의 그림과 짤막한 글로 나를 늘 공감하게 만들었다. 바늘 같은 날카로움으로 내 무뎌진 심령을 아프게 찌르기도 했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전엔 인식하지 못했던 주님의 모습을 보게도 했다. 나는 언젠가부터 신문을 펴면 제일 먼저 만평을 보듯 GT를 사고 그림묵상을 제일 먼저 살피게 되었다.


그 한 장 한 장이 쌓이고 쌓여 벌써 두 번째 책이 나왔다. 빛과 먹선 이야기. 올해 내가 조금이라도 더 쓸 만한 서퍼가 되었다면 분명 이 책에 담긴 그림과 글의 덕도 있을 것이다. 고마움을 담아 천국신문의 만평집이라 불러주고 싶다.





만평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만 보고 신문을 접어버려서야 곤란하듯이 그림묵상이 아무리 좋아도 이것만 봐서는 안 되겠다. 꼭 이 책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신앙서적들은 많이 읽으면서 정작 성경은 읽지 않는다면 주객이 바뀌어도 단단히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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