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은 시간
cyh7401 2025/07/0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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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늦은 시간
- 클레어 키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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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 2025-07-03
: 38,900
#너무늦은시간
#클레어키건
#허진옮김
#다산책방
#도서협찬
데칼코마니 같은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
하얀 종이의 반으로 접혀진 한쪽면에 그려지듯 쓴 작가의 문장은 반으로 접어 반쪽의 그림을 만들어 내는 남자(너무 늦은 시간)를, 때로는 여자(길고 고통스러운 죽음)를 그리고 소설을 읽는 독자인 우리의 시선(남극)의 반접음으로 완성해 내는 느낌입니다.
3편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3명의 남자와 3명의 여자가 있습니다.
첫번째 소설 《너무 늦은 시간》에서 나오는 소심한 남자 카헐은 오늘로부터 어제로 또 그 과거의 시간으로 여자 사빈을 만나고 약혼을 하는 시간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태엽을 감으면 원통이 돌아가고 원통에 의미없이 꽂혀진 금속들이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오르골 처럼. 만남에 만남으로 부딪히며, 감아놓은 태엽이 다 끝나 의미 없는 마지막음을 들려 주듯이 남자와 여자의 시간도 의미없는 마지막 소리를 들려주는 오르골의 태엽을 감는 것은 남자의 손입니다.
두번째 소설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에서 나오는 독문학 교수라고 하는 중년 남자는 뵐 하우스에 묵게되는 한 여인을 관찰하고 여인이 뵐 하우스에서의 시간을 경계합니다. 경계하는 남자는 여자가 주는 케이크를 개걸스럽게 먹으면서, 여자가 묵고있는 뵐 하우스에 대한 애착을 보여줍니다.
남자의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게 되는데, 무엇가에 몰입된 정신에 사로잡힌 말과 행동은 현대 사회에서의 비이성적이고 비정상적인 사회의 불협화음으로 보여집니다. 남자의 이러한 모습을 여자의 세밀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소설 《남극》에서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여행을 하는 여인에게 다가오는 낯선 남자, 남자와의 하룻밤이 이루어진 공간과 서로 맞잡았던 시간의 짧은 행복은 남자가 숨겨둔 덫에 걸려 살이 찢기고, 피가 맺히는 공간에서 검게 칠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여자와 남자의 시간은 반접음의 데칼코마니를 독자의 손에 쥐어 주는 작가의 결말이 돋보이는 소설이었습니다.
종이의 접음으로 완성되어지는 소설을 읽고,
앞선 세대들의 그림들을 반으로 접으며 완성해가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남성들의 세상이 접어 놓은 이 번져버린 그림의 세상에 선명한 선을 그리고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가 그려야 할 하얀 종이의 시간이 아닐 까 싶습니다.
"그 순간, 가장 행복한 날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뻐야만 하는 날에 아버지의 말버릇이 그의 인생에 기다란 그림자를 드리웠다." p.26 - 너무 늦은 시간
아버지의 말버릇은 반쪽의 그림으로 아들이 그 반쪽의 그림을 접어 완성하는 순간 그것은 자신의 하얀 종이 위에 검게 번져버린 데칼코마니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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