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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h7401님의 서재
  • 죽음 공부
  • 박광우
  • 16,200원 (10%900)
  • 2024-12-06
  • : 8,705
4월의 봄에 의사는 말했다.

"간경화로 인해 간수치가 나아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항암제를 쓸 수가 없는데, 암수치는 항암제를 써야하는데 간성혼수 위험이 높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결정하기가 쉽지 않는데..."

  7월의 여름에 의사는 말했다.
  "항암제를 쓸 수 없어서 지금 암이 진행 중인데 뼈쪽으로 전이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라......"

11월의 가을에 의사는 말했다.

"암이 뼈까지 전이된 상태이고 암수치도 계속 올라가서 더 치료가 어려우니,  집에 계시지 말고 요양병원으로 들어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12월의 겨울에 나는 《죽음 공부》를 읽습니다.

한번의 인생, 한번의 죽음에 "죽음을 똑바로 볼수록 삶은 더 선명해진다."는 저자의 이야기.
그리고 저자가 만났고 배웅하였던 암환자들의 이야기는 낯선 이의 죽음을 읽는 것이 작별의 손짓, 몸짓을 하여야 하는 나와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지 않을 까 싶습니다.
  평범한 오늘이 죽음이라는 운명과 손을 맞잡는 이들에게나 그들을 보살펴온 가족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하루의 시간인것인지 그러므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에 잊지 말아야 할것,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것, 떠나 보내야 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태도를 가지라고 합니다.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의 두려워하는 마음을 보듬어 주는 따뜻한 시선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눈안에 가득 고이게 됩니다.
  저자는 "죽음을 잘 준비하는 웰다잉이야말로 한평생 잘 살아온 웰빙의 정점에서 만나는 같은 가치이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 나는 죽음이라는 그 이별의 무대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전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연명치료 거부 의향도 그 어떤 것도 죽음에 대하여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음을.....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미로 속에 갇혀 버린 듯 길을 찾지 못하는 데 죽음공부는 미로의 막힌 길을 피해 갈 수 있는 실끈이 되어집니다.

"죽어가는 나를 위로해 주는 것은 내가 죽고 나서도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P.71

  나를 기억해 주는 것. 누군가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나. 잃어버릴 수 없는 나를 기억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내 휴대폰에 저장되어지는 당신의 목소리는 잊거나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입니다.
 
  책 속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에서  살아온 집에 대한 기억과 집이라는 공간의 추억, 집이라는 따뜻한 체온과 익숙함이 머무는 공간에서의 죽음이 무척이나 공감가고 그들이 그들의 마지막의 공간이 집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 바름은

" 자신이 의지대로 남은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P.95

죽음은 죽음으로 떠나버리는 이들의 시간이 아님을 알기에 웰다잉에 관한 저자의 문장은 나를 위한 쪽지가 되어 주는 것 같습니다.

"웰다잉은 비단 환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모든 보호자들이 이렇게 생을 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 다른 의미의 웰다잉이다.".P.147

암(암), 가까이 더 가까이 있어 지켜보았던 시간들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시간들이 하나둘 기억납니다. 차분하게 더 차가운 이성으로 뜨거운 감정의 마음을 차갑게 하고 절대 감정을 드러나지 않았지만....위로가 되어 주는 이 문장.

"환자만이 아픈 게 아니다. 그 곁에서 병을 함께 지켜보는 보호자도 아프다."P.163

아파도 아프다 할 수 없고, 힘들어도 힘들다 할 수 없고.....
슬픔을 끝내는 말, 고통이 멈추는 말, 아픔을 낫게 하는 말이 있을까?

  '죽음' 이라는 헤어짐이 그 말이 되어 주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답하여 봅니다.

  떠나간 이와 살아가는 이들에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잊음으로써, 지움으로써 지금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떠난 이에 대한 더 나은 애도가 아닐까."P.225

  죽음을 공부하는 것으로 나의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알았기에 나는 죽음에 대한 나의 모든 날과 모든 순간에 기도합니다. '당신의 시간에 나를 있게 해 주시고 나의 시간에 당신이 있어 주시는 것에 기억할 수 있는 순간들을 있게 하여 주심을.....'

  본 도서 《죽음공부》는 흐름출판 서평단에 신청하여 지원받아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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