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책이 도서관 '지식문화사'가 아니라 '도서관' 지식문화사인 줄 알았을까. 도서관에 대한 애정 하나로 읽기 시작한 나에게는 솔직히 쉽지 않은 책이었다. 저자가 '6000년이라는 인류의 역사에서 책, 독서, 도서관이 특정 시대와 어떤 관계였고, 인류 문명사 전체를 조망해봤을 때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역할을 했으며 무슨 의미였는지 이 책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밝힌 것처럼 책은 고대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걸쳐 전 세계의 도서관을 착실하게 아우른다.
도서관에서 태어나 도서관에서 살다가 도서관에서 죽어 도서관에 묻힌 보르헤스. 시력을 잃게 되자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아이러니'라며 '내 눈은 꿈 속의 도서관에서 읽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낙심하지 않고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을 고용해 책을 읽고, 구술과 강연을 통해 집필 활동을 계속했던 그의 인생은 책에 크게 관심이 없던 그 당시에도 나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저자이자 도서관 협회 회장, 국립 도서관 자문 위원장 등을 역임한 윤희윤 교수 역시 평생을 헌신해 연구하신 분이어서 도서관의 역사에 대한 전문 강의를 듣고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저 역사를 설명하기만 하는 글이 아니고 도서관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위기들과 그 원인, 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도서관의 과거,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다루고 있는 책.
만듦새 역시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500쪽에 가까운 페이지임에도 각진 양장본에 밝은 색의 표지, 깔끔한 디자인 때문인지 부담스러운 느낌이 전 들지 않았다. 실린 사진이 많고, 내지가 두껍지 않은데도 뒷면에 거의 비치지 않고 화질 역시 선명하다. 가름끈 역시 잘 사용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