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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우기
  • 나인폭스 갬빗 3
  • 이윤하
  • 15,300원 (10%850)
  • 2020-11-30
  • : 99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체리스는 브레잔에게 더 나은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표준 역법을 유지하려고 수많은 사람을 고문해 죽이는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그는 그녀를 믿었다. 그 믿음이 강렬했기 떄문에, 그는 켈 사령부를, 가족을, 연인인 트세야를 배신했다.


* "잔혹한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서 개인의 삶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행복을 주는 단순하고 사소한 일에 몰두할 시간이 확보된다면, 목격했거나 혹은 직접 저질렀던 온갖 끔찍한 일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질 수 있어요. 그럼 좀 더 나은 대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을 방법 대신 말이죠."


* 제다오는 그녀를 비난할 수 없었다. 그녀처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으니까. 나팔 소리에 맞춘, 그래봤자 못 일어날 때가 많은 기상 소리, 지정된 식당에서 중대원들과 함께 나누는 식사 시간, 보병대 훈련을 받으며 친숙해지는 온갖 무기들, 그리고 귓가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설령 죽더라도 혼자 죽지는 않으리라는 확신.


* 제다오는 과거로부터 단절된 존재였다. 루오만이 아니었다. 다른 모든 과거가 역사책 속의 먼지투성이 낱말로 졸아들었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단절된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 함대의 모든 켈은 동료로부터, 가족으로부터, 친구로부터 뜯겨져 나온 셈이었다. 이제 그들에게는 서로를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 완벽히 켈다운 조치였다. 그리고 완벽히 켈다운 복수였다. 다네스는 지휘관을 구해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관계를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부정했다.


> 세 권을 합치면 천육백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마지막 이야기. 사실 1권, 2권은 둘 다 몇 시간 만에 읽어서 나는 정말 지독한 덕후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마지막 권은 속도가 잘 나지 않아서 완독에 꽤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편인 레버넌트 건은 크게 3개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17살의 기억과 44살의 육체를 가진 채 깨어난 제다오, 역법 변동 이후에도 계속해서 전쟁 중인 브레잔, 쿠젠의 암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떠난 체리스까지.


공허나방은 전투, 광기에 잡아먹히지 않으면 영생을 누릴 수 있는 존재로 놀라운 재생력을 소유하고 있는데 쿠젠이 이를 이용해 영생을 꿈꿨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했다. 작가님이 쿠젠에게도 나름의 서사는 부여해 주셨지만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다치지도, 죽지도 않는 불멸의 삶을 강제하는 건 얼마나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인가?


또한 마지막 편에서는 그저 뱀형 서비터, 새형 서비터 등으로 불렸던 서비터들이 이름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그저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일꾼으로 여기고, 배경에 숨어 뒤처리하는 데 익숙했던 이들이 호명된 후에 확실한 목적성을 가지고 온갖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드라마를 좋아하는 헤미올라는 쿠젠 암살에 거의 체리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설정이 너무 귀여웠다.


특이했던 건 다른 편에 비해 꽤 자주 등장하는 애정씬들. 켈의 진형 본능이나 마지막 장면에서 켈다운 복수를 더욱 강조하고자 쓰인 거겠지만 굳이 왜 삽입된 건지 잘 모르겠는 SM적 요소나 장면들이 종종 있었다. 사랑 이야기에 딱히 관심이 없어서 더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제다오가 이전의 제다오로 안 보여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던 부분.


책을 읽는 내내 찐다오와 짭다오로 구분해서 읽었는데 결국에는 짭다오(제다오)도, 찐다오(체리스)도 외롭지 않게 지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결말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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