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한국 에세이 책 팔이 시장에서 보기 드물게 잘 만든 책. 전작 ‘중국집’도 재미있게 봐서, 이번 책도 반갑게 읽었습니다. 조영권 저자가 담백하게 쓴 글을 읽으면서 감성팔이에 오염된 책 시장에서 오랜만에 숨이 좀 트인다고 할까요. 이윤희 만화가의 만화는 전작에서보다 훨씬 표현이 간결하면서 깊어진 것이 보입니다. 이 만화가의 가장 큰 장점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주 한국적이라는 겁니다. 포착해내는 장면들, 사람들 묘사 등이 전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의 실제 삶을 간결하게, 멋 부리지 않고 그려낸 것입니다. 둘의 조화, 그에 더해 내용에 맞는 해석을 적절히 하고 있는 디자인, 셋의 조화가 참 좋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는 편집입니다. 한국 상업책 시장에서 이 정도 세련된 구성과 편집 수준을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만화와 본문 글이 이어지는 감각이라든가, 본문 서술 중 묘한 느낌으로 식당 주인과 대화가 들어가는 부분들은 정말 세련된 구성입니다.
피아노 조율 전문가로서 대단히 전문적인 경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미식가로서 수준 높은 평을 늘어놓지도 않지만,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지요.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인이 평범한 먹을거리와 주변에 평범한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그것을 대단히 한국적인 필치로 잡아내는 만화의 어우러짐이 참 좋습니다. 피아노는 왼손과 오른손, 검은 건반과 흰 건반을 번갈아 가며 칩니다. 조영권 저자는 매일 똑같은 조율 일을 하고, 또 한편으로 경양식을 먹으러 다닙니다. 그 의미를 이 책 구성에서 형식적으로 담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왼손과 오른손, 검은 건반과 흰 건반, 조율과 경양식. 또 같아 보이지만 매번 다른, 그것이 어쩌면 인생과도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얼핏 고독한 미식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런 감성과는 이런 이유로 전혀 달라 보입니다. 책 내용 중 라임하우스 인터뷰도 좋았습니다. 이미 삶을 밀도 있게 살고 일해오신 사장님께서 본인 음식이 구닥다리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상당히 마음을 울립니다. 책 모든 요소에 리듬이 살아 있어요. 맛집 소개 책이다. 추억을 소환하는 책이다. 등등 저마다 이 책을 사는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로 깊이 책을 느끼고 읽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책 장사들이 감성팔이 쓰레기 책을 안 낼 거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많아서 그런 책을 내는 건지, 그런 책을 내서 그런 사람이 많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