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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물고기 2025/10/1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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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트] 한강을 읽는 한 해 (주제 2 : 인간 삶의 ...
-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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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 - 2010-02-26
: 68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폭력성, 그리고 해방에 관한 치열한 문학적 탐구다. 이 소설은 '영혜'라는 한 여성이 육식을 거부하면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세 인물(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흥미롭게도 주인공 영혜는 단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직접 내지 않으며, 주변 인물들의 서술을 통해서만 그녀의 내면과 변화가 드러난다.
육식을 거부한다는 단순한 선택은, 가족 안에 깊숙이 뿌리내린 가부장제와 폭력,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성에 대한 저항으로 확장된다. 영혜는 끝내 자신이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모든 동물성과 인간성을 벗어던지려 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더이상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이 아니라, 상처입은 존재로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식물적 존재로 이행하고자 한다.
한강은 이 불편하고도 고요한 탈주의 여정을 섬세하고도 냉정한 문체로 그려낸다.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통받는 존재를 통해, 인간이 과연 내면의 폭력성을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 책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이나 극적인 감정 유도 없이, 존재의 근원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채식주의자"는 문학이 인간을 어떻게 직면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직면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강렬한 작품이다. 인간성과 문명, 그리고 삶의 경계에 대해 사유하는 이 시대의 독자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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