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전달
-우사미 마코토
#블루홀식스 #도서제공
꿈 전달은 귀신에 의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 관계와 감정이 얽힌 11편의 단편 괴담집이다.
1. 꿈 전달
"꿈은 위험해. 꿈을 타고 뭔가가 날 찾아오니까."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거다. '꿈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 게 아닐까?' 하고. 여러 괴담에서도 보이는 패턴이다. 대표적으로 원숭이 꿈이 있다. 그리고 루시드 드림 (자각몽) 을 꾸다가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괴담도 있었고.
꿈 전달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꿈은 꿈일 뿐이지만 그것이 현실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 걸까?
2. 수족
"그 말은 마음을 조금씩 갉아먹었다. 오랜 시간 파도가 바위를 침식하듯."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 마디가 쌓이고 쌓이면 사람의 관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그게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아무리 오래 본 사이라도. 무심코 던진 돌은 개구리를 죽이지만, 그 돌이 나를 죽일 수도 있다.
3. 에어 플랜트
"인간을 구성하는 요소는 조금만 방심해도 녹아서 허공에 흘러 나간다. ―알지 못하는 사이 인간은 공허해진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일본은 파워 해리스먼트, 즉 파와하라 (パワハラ) 가 문제라고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말하는데, 이로 인하여 정신과를 찾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상사에게 갑질을 당해봤다면 위장이 콕콕 아파질 만한 편이었다.
4. 침하교를 건너자
"원인은 돌고 돌아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세상의 이치요, 천명이었다."
모든 행동에는 결과가 따른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 발 쭉 뻗고 잘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이게 우연의 일치일지, 아니면 정말 천벌일지 모르겠지만 '우연' 이라고 해도 죄를 지은 사람은 그걸 천벌로 생각하게 되는 벌을 받게 될 거다.
5.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
"사랑은 구분할 수 없어"
'사랑은 구분할 수 없다' 편은 너무 머리 아프다.
-교육 학대
-데이트 폭력
-가정 불화
-존속 살해
공통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한 때 '사랑의 방식' 이라고 불렸던 것들이다. 사랑하니까 너를 위해 공부를 시키는 거야, 사랑하니까 너한테 못되게 구는 거야, 사랑하니까.... 증오와 사랑은 한 끝 차이다. 그리고 증오의 마음은 전염되기 마련이다. 이 이야기는 그런 증오의 마음이 전염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6. 난태생
"당신 아이들이에요."
가장 찝찝했던 편이다. 전형적인 키라키라 이케맨과 오타쿠의 전쟁이라고 해야 할까. 꿈 전달 중에서 가장 오싹한 이야기였다.
7. 호족
"호족은 있다. 지금도 그 겟킨 호수 밑바닥에서 헤엄치고 있다. 빛도 소리도 없는 세상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항상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제일 무서워.", "귀신 보다는 역시 사람이 무섭지." 어릴 때는 귀신 얘기가 듣고 싶은데 자꾸 그런 말로 현실 공포에 대해 떠드는 사람들이 미웠는데, 지금은 그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호족은 사람이 왜 무서운가를 알려준다. 자기가 믿는 것만 보는 사람은 언제나 무섭다.
8. 보내는 순례자
"우리는 보내는 순례자다. 영원히 걷고 걸으며 끝없이 기도할 수 밖에 없다."
화자의 현실과 순례자가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가 뒤섞인 이야기다. 신이 깃든 산 이야기를 읽는 것만 같았다.
화자의 현실은 끔찍하다. 어떤 이들은 여자의 진심을 짓밟고 제멋대로 휘두른다. 그리고 어떤 이들의 유언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가 되는 것이고.
9. 끝없는 세상의 끝
"사람하고 얽히는 거, 이제는 너무 힘들어. 지긋지긋해."
기나긴 직장 생활 끝에 사람과 만나는 것이 지긋지긋해진 남자가 '끝없는 세상' 이라는 가상세계를 접하는 이야기. ...인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커다란 반전이 있었다.
요즘 AI 채팅이 매우 자연스러워지면서 AI로 이루어진 가상 현실이라는 게 멀지 않은 미래가 될 수도 있다. AI 채팅이나 봇으로 인하여 여러 문제가 터지고 있는 요즘, 자연스러운 AI가 발달하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까?
10. 보름달이 뜬 마을
"난 그렇게 나쁜 여자가 아니야."
끝없이 이어지는 자기 연민, 그리고 자기 합리화.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어야 하고, 타인의 결여나 상처는 눈여겨 보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픈 대로 행동하는 여자가 어떤 것인지 이 편을 통해 두고두고 알 수 있었다.
11. 어머니의 자화상
"가나에는 그랬어. '저쪽 세상을 정리하고 왔어.' 라고."
만약 ~했다면, 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해봤을 거다. 그리고 예전에 한창 모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평행 우주 (패러럴 월드) 도 주목 받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선택지의 세계, 그곳은 어떤 느낌일까?
총 11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꿈 전달은 하나하나가 섬뜩하다. 귀신이 나와서 저주를 내린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인간군상.
이런 글을 창작할 수 있는 작가의 마음속은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져 있을지 너무나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