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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진님의 서재
  • 노자, 가파도에 가다
  • 김경윤
  • 13,500원 (10%750)
  • 2025-08-22
  • : 143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바다 너머로"

제주는 서울에 사는 나와 같은 도시인에게는 일상의 탈출이자 해방을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김경윤 작가의 <노자, 가파도에 가다>는 제주의 작은 섬 가파도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평안을 꿈꿀 수 있는 책이다. '비움과 낮춤의 지혜를 배우는 노자'라는 부제까지 너무 좋을 것만 같다. 표지는 또 어떤가? 자전거를 탄 노인의 표정도 잔잔한 미소로 가득하고 낮은 돌담 뒤에 보이는 유채꽃으로 짐작되는 노란색의 꽃들과 그 너머 파란 바다가 잔잔하게 윤슬을 뽐내고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제주와 윤리 시간에 배웠지만 자세히 떠오르지는 않아도 뭔가 좋은 말씀을 했을 것 같은 노자라니.. 안 읽을 수가 없잖아? 소설의 시작은 오래 전 이름도 자세히 떠오르지 않는 대학 동창의 연락이다. 다짜고짜 가파도로 놀러오라는 명랑한 목소리의 미경이란 동창의 연락이라니. 주인공 백양은 정년을 한 사서로 이제 좀 한가롭게 은퇴의 삶을 시작해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제주 방문 요청에 의아하면서도 궁금증이 일어난다. 별다른 일이 없을 백양의 상황에서 제주로의 이동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제주에서도 더 배를 타고 가파도라는 섬에 이르게 된다.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이 산다는 가파도. 제주도도 멋진 섬이지만 모슬포항에서 배로 20분 정도 가면 가파도와 마라도를 갈 수 있다고 한다. 가파도에 가보니 고양이를 돌보며 미경이란 친구가 자신의 암투병사실을 전하고 대신 이 집에서 지내달라는 부탁을 하고 백양은 무엇엔가 이끌리듯 수락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섬생활에 적응해가며 배 매표소에서 일하는 알바까지 구하고 고양이들과 섬을 즐기게 된다.

아낀다는 것은 몸과 마음을 함께 움직여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다.

<노자, 가파도에 가다>, 87쪽

백양은 고양이에게 먹자, 비비자, 놀자, 달리자, 싸우자, 숨자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가족과 함께 해야할 순간에는 다른 일에 몰두하느라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고 함께하고 싶은 순간에 아이들은 이미 커버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 그러한데. 돈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며, 나에게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믿었던 어린시절의 철없음이 떠올랐다. 어른이 되어보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백양은 가파도에 유일한 도서관 만들기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들과 힘을 모아 고양이 도서관을 만든다. 섬에 관광오는 사람들에게 작은 휴식을 선사할 도서관이라니.. 생각만해도 몽글몽글 기분이 좋아진다.

무한히 생산하고, 무한히 소비하고, 무한히 버리는 방향으로 인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144쪽

백양은 가파도에서 살면서 그동안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상점에 수없이 많은 물건들, 창고형 매장이 많아지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여있는 물건들 속에서 카트가 미어져라 물건을 담고 결국에 쓰레기 봉지속으로 사라진 물건들이 떠올랐다. 며칠전 어머니와도 비슷한 이유로 언쟁을 했던 지라 이 부분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쌀을 몇포대가 되도록 쌓아놓고 밥맛이 이상한 게 상한 것같으니 버리라는 어머니께 필요한 만큼만 그때그때 사서 먹자라고 말씀드리며 쟁여놓는게 부자의 삶이 아니라고. 큰소리쳤던 일이 있었다. 옛날 사람들은 쌀과 김치가 없으면 그렇게 불안하다고 하시는데 요즘처럼 밤에 주문하고 아침에 배송받는 시대에 쌓아두고 쟁여두는게 맞나 싶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작년에야 김치냉장고를 구매했다. 그걸 사면서도 어찌나 싫던지... 이제 쟁임보다는 간결하고 간소하게 지내고 싶다. 이런 삶의 지향이 어쩌면 백양이 가파도에서 깨달은 바와 비슷한 것 같은데 우리가 미래에 살아야 할 삶의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다.

        백양은 가파도에서 만난 젊은이가 티벳에 도서관을 세우러 간다는 소식에 새로         운 떨림을 느낀다. 그리고 지체없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가파도의 삶을 정            리 한다. 즐거워서 하는 일은 힘들어도 할만하다. 아니, 그 힘듦이 오히려 기쁨          이 되고 의욕을 불어넣기도 한다. 온갖 도파민들로 넘쳐나는 세상에서 그나마            도서관이라는 탈출구가 있음에 늘 감사한다. 제주도의 바람과 하늘, 바다를 떠         올리며 힐링하는 시간을 느껴보길 바라며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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