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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진님의 서재
  • 사라지지 않아
  • 채은랑 외
  • 11,700원 (10%650)
  • 2023-12-07
  • : 965

제8,9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 "사라지지 않아"는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소설을 썼던 한낙원 작가님을 기리며 세상에 선보이는 과학소설집이다. 요즘 학교에서 가장 핫한 주제인 인공지능, 미래 세상, 로봇이 소재로 쓰인 소설은 낯선 주제가 아니다. 수업시간에도 자주 읽혀지고 아이들에게 호응도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먼 미래의 손에 잡히지 않는 세상의 일이 아니라 나의 주변에 누군가가 경험하고 있을 법한 현실의 문제가 된 것이다.

수상작인 "사라지지 않아"는 채은랑 작가의 작품으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관심으로 출발한 소설이라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부서진 우주선 사이로 여자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우주선이 터질 지도 모르는 위기의 순간 있는 힘을 다해 아이를 끌어내자 머리 위에는 작은 별이 반짝인다. 닉네임 이상아.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것인지 궁금하던 순간 현지는 상아와 아주 작은 별에 함께 지내게 된다. 이곳은 게임 세계. 현재 현지는 휴면 계정상태. 상아의 우주선을 고쳐줄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은 다행히도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현지의 바람에 따라 상아의 우주선을 고쳐주고도 남을 정도이다. 3년 전 우주선을 만들어 더 먼 우주로 가려고 했지만 우주선은 잿더미가 되고 말았고 현지도 언제가 사라지고 만다. 더 이상 접속하지 않을 경우 영구 삭제 된다는 메일이 쌓이고 있었고 이제 영구 삭제까지는 2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 상아는 현지의 이야기를 듣고 현지를 찾는데 열심이었지만 플레이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저 별이는 누가 살고 있었을까?

<사라지지않아>21쪽

상아의 물음은 오래 전 게임을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른 어느 날 이런 캐릭터가 있었지하고 기억은 하지만 다시 접속하지는 않을 수많은 게이머들을 떠오르게 한다.

현지의 플레이어가 현지를 기억해내길 기대하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단, 2주. 상아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청소년 우주 탐사단 30기 오리엔테이션에서 만난 예지를 찾기 위해서이다. 우주탐사단 교육프로그램을 서로가 도와가며 힘겹게 마무리 하려던 차에 시스템의 파손으로 인한 우주선의 위기상황에서 구조선의 자리를 상아에게 예지는 양보하고 행방불명된다. 상아는 이 일 이후 우주 어딘가로 사라진 예지를 찾기 위해 예지가 생전에 하던 게임을 찾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게임이나 해 볼 생각이었어. 그런데 잊힌 자들의 은하를 찾게 된거야. 여기에 예지의 캐릭터가 남아있다면, 예지도 어딘가 살아있다는 거잖아.

<사라지지않아>26쪽

상아의 접속이 뜸해지며 어느새 영구계정 삭제가 이틀앞으로 다가온 어느날 상아가 접속한다. 예지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한 상아는 현지와 동일한 코드명을 가진 미지의 행성을 찾아낸다. 어딘가 있을지 모르는 세계. 항구라는 이름을 가진 "마리나 은하의 M-3270K".

영구삭제가 임박한 순간 현지의 행성은 서서히 무너져가고 현지가 상아의 우주선을 고치게 된 순간 상아는 현지에게 우주선 열쇠를 쥐어준다.

알잖아, 우리는 가야 할 곳이 있어.

<사라지지 않아> 35쪽

상아는 우주 탐사단에 지원하여, 현지는 게임 세상에서 우주선을 타고 미지의 행성으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의 만남의 공간부터 이별의 순간까지. 휴면 계정 상태의 게임 캐릭터가 미지의 행성으로 사라진 존재를 찾아간다는 설정이 인공지능 세상에서 너무나 많은 잊혀진 것들이 떠올랐다. 이메일이란 것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신기함. 고등학교 시절 정보 시간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야후"라는 검색툴도 너무 신기했고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해서 해본 활동이 내이름을 이집트문자로 바꿔보기였다. 그렇게 바꾼 이집트 문자를 소중하게 집에 가져가서 좋아하는 책 커버에 넣어둔 기억이 새록새록난다. 지금은 1인 1테블릿은 물론 접속이 쉬워진 세상이라 이렇게 소중하지도 애틋하지도 않은데 얼마나 많은 것들이 휴면되어갈까..

작가는 사라져야만 하는 아이가 사라지지 않을 미래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우리모두 언젠가는 사라져가겠지만 사라지지 않을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세상을 만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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