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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진님의 서재
  •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 로버트 뉴턴 펙
  • 10,350원 (10%570)
  • 2017-07-03
  • : 3,761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려있는 '이해의 선물'이란 소설이 있다. 어린 남매가 사탕가게에서 버찌씨앗으로 사탕값을 지불했는데 주인이 오히려 거스름을 내주었다는 훈훈한 이야기.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그것도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이 되어 바짝 긴장하고 있을 즈음에 읽게 되면 굉장히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요즠 교과서는 이런 글이 실려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번에 읽게 된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도 이해의선물같은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우선 시작부터 온갖 낯설디 낯선 나무이름에서부터 행주치마라 불리던 마을의 암소의 출산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소가 새끼를 낳는것은 텔레비전 다큐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야기라 상상력을 있는대로 짜내어 읽어야만 했다.
미국 버몬트에서 1920년대에 태어나 십대 시절의 자전적 이야기를 쓴 로버트 뉴턴 팩 작가의 이력을 보며 1940년대 미국은 너무도 멀고 낯선 곳이기에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뭐든 좀 내가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이해하고 감정을 느끼는 S로서는 최대한도로 나의 경험치를 쥐어짜내야만 했다.아침에 일어나면 솔로몬이란 소의 젖을 짜내고 먹이를 주고 닭장에서 방금 낳은 달걀을 꺼내오는 일이란 티비 속 예능과도 같은 삶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로버트는 위의 서술대로 아침에 눈을 떠 자기 전까지 쉼없이 움직이며 온갖 동물을 돌보고 자연과 한 몸이되어살아가는 10대 소년이다, 행주치마의 쌍둥이 송아지출산을 자신의 팔 한쪽에 큰 부상을 입어가며 도운 덕택에 마을에서 제일 뛰어난 농부인 테너 씨에게 핑키란 새끼 돼지를 선물받는다. 애지중지 핑키를 돌보며 로버트는 인근의 큰 도시인 러틀랜드로 가서 쌍둥이 송아지를 박람회에 출품하게 되고 함께 데려간 핑키도 블루리본의 영광스러운 수상을 하게 된다. 로버트에게 핑키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 반려동물이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작품을 읽으며 나의 자연친화적 삶에 대해 돌아보았다. 꽤나 도시녀인가 싶겠지만, 도심지에서 가난한 노동자 자식으로 살아왔기에 전원생활같은 것은 경험해본 적도 없다. 그저 신규발령 때 주변에 논밭이 가득한 읍에서 지낸 2년정도의 생활이 다랄까. 그조차도 직장인으로 살았으니 삽질을 해보거나 가축을 길러본 적은 없다. 그저 축사 근처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 지, 봄에 밭에뿌리는 비료 향기가 축사냄새보다 더 지독하다는 걸 아는 정도?
이 작품의 제목은 이미 스포일러이다. 로버트의 아버지는 돼지를 잡는 도축업자이다. 지금은 공장같은 곳에서 기계화된 시스템속에서 우리가 즐기는 고기가 생산되지만 작품 속 시대는 사람의 힘으로 온갖 궂은 작업이 이루어진 후에야 고기를 얻을 수 있었을테니. 도축과정은 농사가 잘안되어 핑키가 사라지게 되는 날의 장면이 너무 생생해서 잊혀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되어서야 비로소 돼지는 한 마리도 죽지 않게된다. 아버지의 노동이 지닌 가치를 다행히도 로버트 가족은 잘 알고 있기에 아버지도 긍지를 가지고 일하지않았을까싶다.
작품을 읽다가 알게된 여러 정보도 쏠쏠한 즐거움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소와말에게 물을 줄 때는 말에게 먼저 줘야한다. 예민한 식성의 말은 누가 마셨던 물은 입에도 안댄다고.
흙보다 아스팔트가 익숙한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로버트의 경험이 가슴을 울리기는 쉽지않겠지만 그럼에도 가족의 사랑은 불변의 진리이므로 추천하는 바이다.
#사뿐사뿐서평단#돼지가한마리도죽지않던날#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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