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야!
학교에서 귀신이야기 안 해본 사람. 손가락 접어.
0교시 수업을 7시 반에 시작하여 밤 11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경험한 세대로서 학교는 또 다른 집이자 안식처이자 유희공간으로 거듭나야만 했다. 라떼에 비한다면 요즘 mz들은 학교가 너무 시시한 공간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배부른 투정도 살짝 해본다. 그런 의미에서 청소년들의 공포심을 유발하는 공간이 이제는 학교가 아닌 다른 곳이 되는 것도 이해가 가긴 한다.
'스터디 위드 x'는 라떼의 고전적인 공포 유발 공간인 학교를 비롯한 요즘 세대의 가장 친근한 공간인 사이버 세계까지 공간적 확장을 통해 청소년기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섬뜩하게 풀어낸다. 무더위로 잠 못 이룰 그대들에게 지금 바로 필요한 이야기보따리랄까.
전교1등과 2등의 갈등은 해묵은 공포 스토리의 소재이다. 그런면에서 이유리 작가의 ‘스터디 위드 미’는 요즘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알파걸 ‘수아’에 대한 이야기로 신선한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서울대 많이 보내기로 유명한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수재였던 수아가 날이 갈수록 안색이 안좋아지고 말라가다 결국 교실에서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수아에게는 귀신이 붙어 있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귀신이.
이유리, 스터디 위드 미 , 11쪽
‘솨솨의 공부일기’라는 닉네임으로 개설된 수아의 유튜브 채널 속에서 '나'는 우연히 수아의 브이로그를 애청하는 독자가 된다. 이틀이나 삼 일에 한번 꼴로 올라오던 영상이 뜸해지고 궁금하던 차에 올라온 영상을 보다가 '나'는 수아의 책상 밑에 새하얀 얼굴 두 개를 발견하게 된다. 조그만 여자 아이 둘이 수아의 책상 밑에서 비집고 나오는 장면을 발견하고 숨도 쉬지 못한 채 지켜보다 카메라를 향해 얼굴을 돌린 한 아이를 발견하고 사람이 아님을 직감하게 된다. 그리고 수아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 '나'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수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믿게 된다. 귀신들은 수아의 영상 속에서 수아를 노려보거나 새하얀 손으로 어깨를 감싸기도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왜 하필 수아일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 짝궁 윤서의 필통에서 나온 하얀 옷을 입은 인형을 발견하고 혹시 저주인형인가 싶던 차에 '나'는 윤서에게 인형의 정체를 캐묻는다. 윤서의 엄마가 준 걱정인형이란 말을 듣고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전교 2등이 전교 1등을 시기하는 마음에 대해 나름대로의 결론에 이르게 된다.
수아의 마른 등을 바라보다 '나'는 수아에게 진실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수아를 따로 불러낸다.
이 학교에 다니면서 최상위권 애들이 성적 때문에 별짓을 다 하는 광경을 이미 여러 번 본 탓일까. 마약 성분이 들었다는 잠 깨는 약을 종합 비타민처럼 챙겨 먹는 애도 있었고, 방학 때마다 두 달 짜리 기숙 학원에 들어가 연락이 두절되는 애도 있었다. 그 학원에선 매일 아침을 운동 삼아 '공부의 신'께 108배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유리, '스터디 위드 미' 27쪽
수아의 브이로그 속 귀신은 경쟁에서 낙오되어 패배감에 젖는 것보다는 덜 두려운 대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 사회에서 최상위권에 속한 수아에게는 귀신조차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내신 성적, 수능 점수에 치여 자신의 삶이 좀먹고 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상상하는 것이 필요한 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진짜 무서운 것은 귀신이 아니라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 아닐까. 기후 위기로 무더위는 길어지고 지나가는 소나기도 두려움의 존재가 되어버린 요즘. 청소년 공포 소설 '스터디 위드 X'를 읽으며 진짜 두려움에 대해 고민해보는 경험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