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해”
“지붕?”
“난 지금까지 많은 지붕을 보아와서 지붕을 보면 그 집에 사는 사람을 알지.”(63쪽, ‘우주에서 가장 밝은 지붕)
새엄마, 아빠와 살고 있는 츠바메. 사춘기 중학생 소녀이다. 옆집에 사는 도오루 오빠를 향한 연모의 감정을 담아 보낸 생일 카드를 충동적으로 보내게 된다. 그리고는 오빠가 열어볼까 전전긍긍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된 킥보드를 타는 할머니에게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청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펼쳐진다. 별 할머니라 지칭되는 할머니는 츠바메가 가끔 찾는 옥상에 출몰하며 비밀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츠바메의 짝사랑 감정을 이용하여 간식을 얻어먹던 할머니는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며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
츠바메는 학교에서도 위로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같은 존재이다. 친엄마는 츠바메가 아기였을 때 자신의 꿈을 좇아 가정을 내팽겨쳐버리고 그러한 츠바메와 아버지를 새엄마는 기꺼이 받아드렸다. 츠바메는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새엄마에 대한 친절을 곧이곧대로 받지못하며 늘 어딘가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가족처럼 지냈던 도오루 오빠와의 관계도 츠바메 혼자 기억 속에 소중하게 간직되고 있을 뿐 오빠는 대학교에서 만난 예쁜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있는 중이다. 이런 사정을 알아주는 것은 별 할머니 뿐. 별 할머니와 만남을 가질수록 츠바메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이럴까 저럴까 고민만 하던 순간들을 용기있게 결정을 내리게 된다.
좋아하던 도오루 오빠가 불의의 사고로 병원에 입원하였을 때 망설이던 츠바메를 병원까지 이끄는 것도 별 할머니의 추진력 덕분이었다. 츠바메는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것에 용기를 얻게 되고 새엄마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어 가족의 끈끈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명쾌할 것 같은 별 할머니에게도 아픈 부분이 있었으니 딸과 손자와의 관계였다. 손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멀어진 지 너무 오랜 시간이라 어떻게 다가가야 할 지를 망설이며 손자를 볼 수 있는 단서인 지붕의 떨어져 나간 조각으로 이 집 저 집을 떠돌고 있는 것이었다.
“ 가장 소중해서 다가갈 수 없는게 있는거야. 다가가서 잃느니 평생 이렇게 지켜보고 싶은 거지.” 166쪽,
누구나 내면 깊은 곳에 숨겨둔 자신의 속내를 감춰두고 삶에 치여 살기 마련이다. 오늘은 이런 이유로 내일은 또 새로 생겨날 어떤 이유로 속마음을 덮어두고 꽁꽁 감춰두다 보면 어느새 내가 무엇을 원했는지 잊어버리게 되지 않을까.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버리고 짧은 찰나인 경우가 많다. 가장 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사는 내 삶에 깨달음을 주는 따뜻한 이야기와 만나게 되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