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meg1008님의 서재
  •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 정아은
  • 16,200원 (10%540)
  • 2023-10-27
  • : 4,811
사람들은 왜 책을 읽을까? 가능한 답변의 조합이 무수하게 떠오른다. 그런데 나의 마음에는 단 한 가지의 답만 떠오르고 나머지는 가라앉는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내가 요새 읽고 있는 반도체에 대한 책에서도 내가 발견하고 싶은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사실 ‘나’였다. 내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것은 이 방대한 반도체 전쟁에 대한 서사들 중에 과연 무엇일까. 그 근원적인 궁금증을 붙잡고 글을 읽어내었다. 앞서 말했듯 다른 사람들이 책을 읽는 이유는 분명 나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는 책을 이유는 늘 그랬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유로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를 흥미롭게 읽었다.

작가는 글을 쓰는 행위와 자신의 삶을 아주 가깝게 투영하며 하나로 엮인 글쓰기 안내서를 완성한다. 글쓰기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오솔길 같은 미세한 맥락의 미학이나 흐름도 놓치지 않고 소개하고 설명해주려고 애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처럼 ‘나’를 발견하기 위해 글을 읽는 사람에게는 이런 안내자가 참 든든하고 의지가 되었다. 나는 하루가 끝나고 차분히 마무리를 하고 싶을 때 틈틈이 이 책을 읽었다. 작가가 원고를 거절당하고 아팠던 기억을 회고하는 부분을 읽을 때면 스스르 내가 거절당했던 과거의 경험이 겹쳐지면서 그 묘사에 흠뻑 빠져들었다. 요즘처럼 모든 사람들이 부캐를 장착하고 창작자가 되도록 압력 받는 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책에서 소개하는 작가가 글의 소재를 발굴하고 그것을 에세이나 소설로 풀어냈던 과정과 경험을 설명해주는 부분을 읽을 때는 쏠쏠한 팁도 얻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을 ‘팁’이나 ‘회상’과 같은 하나로 정해진 뾰족한 이름을 붙이지 않고도 거대한 물결 같은 하나의 에세이 안에서 녹여내는 필력이 좋았다.

우리는 모두 위로를 필요로 하지만 ‘괜찮다’는 표현 정도로는 위로를 전달하거나 전달받기 어렵다. 감춰진 내막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공통점을 찾아내고 더 광범위한 자아로 서로가 묶일 때 그 때 위로가 일어난다고 나는 믿는다. 글쓰기를 통해 나와 우리를 발견하고 행복해지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가 그런 위로가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