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종의 기원>이 읽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윈이 예상되는 반론에 일일이 답하면서 논증을 전개하는 서술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6장의 "이론의 어려운 문제들"부터 제8장의 "잡종 형성"까지는 이런 반론에 집중적으로 답하는 장이지만, 다른 장에서도 이 방법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제3장의 이 부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분명 읽기에는 다소 까다롭지만, 이렇듯 어려운 서술 방식이야말로 <종의 기원>의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다. p.104~105
인류를 뒤흔든 과학적 발견이야 많지만 다윈의 진화론만큼 심하게 세상을 흔든 것도 없을 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헌 중 하나이지만,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구성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진화론은 교과 과정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접하기 어렵다. 그저 '진화론'을 다루고 있는 교양 과학서를 통해서 만날 수 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생물학 이론을 다루고 있지만, 관련 지식이 전혀 없는 사람이 읽으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 바로 <종의 기원>이니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유명세만큼이나 읽기 어렵다는 악명이 높은 <종의 기원>을 직접 읽지 않고도, 읽은 것과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다.
1859년, 모든 생물은 완벽하게 창조되었기에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던 시대였다. 신이 이 자연을 설계했다고 주장하는 자연신학이 주류였지만 찰스 다윈은 그러한 믿음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남미와 대서양·태평양·인도양을 넘나들며 수많은 동물·식물을 채집하여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20여 년 동안, 진화론을 입증할 방대한 증거와 자료들을 수집했다. 그리고 그가 발표한 <종의 기원>은 당시 사회의 시대사조를 뒤집어엎는 혁명적인 사건이 된다. 사실 <종의 기원>은 다윈 시대의 생명과학 지식과 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 엄청나게 다양하고 또 매우 생소한 생물들에 대한 관찰 결과와 수많은 인물들의 조사 결과가 인용되어 있으나 이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 그리고 본문에 소제목이 없어 읽어 내려가기가 매우 힘들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 등으로 두터운 진입 장벽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생물학 전공자들도 어렵게 느낀다고 하니,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이 읽고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로서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저자 사라시나 이사오는 바로 그 불가능을 가능하게끔 만들어 준다.

만약 진화가 일부 종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오랫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는 종이 존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기온이나 강수량과 같은 물리적 환경이 안정된 지역에서는 굳이 변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왜 모든 종이 교체되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다윈의 답은 "생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생물 간의 상호 작용"이라는 것이다. 설령 물리적 환경이 변하지 않더라도, 같은 지역에 사는 단 한 종이 변화하면 그 영향은 다른 종들에게 연쇄적으로 미친다. p.289
이 책은 먼저 <종의 기원>의 전체 구조를 큰 틀에서 설명하고, 같은 구성으로 원전의 일부를 인용한 뒤 그 내용을 해설하는 방식으로 풀어 나간다. 시대적 한계로 인한 오류를 꼼꼼하게 바로잡고, 원전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들이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는지 해설해주며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잘 가이드 해준다. 19세기에 쓰인 방대한 분량의 책을 오늘날 독자들의 눈높이에서 핵심만 콕콕 짚어주니 진화론에 대한 일타 강사의 강의를 듣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렇다고 원전을 단순 요약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이 밝혀낸 새로운 지식을 더해 <종의 기원>을 더욱 업그레이드해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에도 다윈의 자연선택설을 받아들인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확실히 큰 반향을 일으켰고 높이 평가한 이들도 많았지만, 진화의 메커니즘으로 제시된 자연선택설 자체가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너무도 당연하게 보이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변이가 축적되어도 종의 경계를 넘을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들, 즉 변종은 결코 종이 될 수 없다고 보았던 이들을 향해 다윈은 변종과 종이 연속적인 관계에 있으며, 그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주장했다. 요컨대, 변이가 축적되면 종의 경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말이다. 다윈은 그렇게 개별창조설을 명확히 부정함으로써 진화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 이 책은 <종의 기원>이 발표 당시에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그 시대적 배경과 과학자들을 소개하고,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적 시선으로 해설해준다. 독자들이 진화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말이다. 자, 원전을 펼쳐놓고 함께 읽는 듯한 진짜 “읽은 척” 가이드가 궁금하다면, 진화생물학을 탄생시킨 고전 중의 고전 <종의 기원>을 읽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