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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책 읽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 미야케 가호
  • 16,200원 (10%900)
  • 2026-07-15
  • : 17,35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 일하다 보니 책을 못 읽게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라고 느꼈다. 애당초 일본의 노동 방식에 따라 일하다 보면 책을 여유롭게 읽을 수 없게 되는 게 보통이다. 대부분이 그런 노동 방식을 따르고 있다. 일주일에 5일은 거의 회사에 나가고, 남는 시간에 일상적인 볼일을 보거나 인간관계를 꾸려나가다 보면 책 읽는 시간 따위는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다.‘아니, 책도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노동 방식이 ‘보통’인 사회가 이상한 거잖아!?’                p.8~9


어릴 때부터 평생 책을 곁에 두면서 살아 왔지만, 이런 나에게도 책을 '별로' 읽지 못하던 시기가 있다. 소위 말하는 책태기라던가 그런 이유가 아니라, 정말 시간을 하나도 낼 수가 없어서였다. 이직을 하고, 한참 미친듯이 회사 업무가 바쁘던 시기가 있었다. 일이 밤늦게 끝나니 집에 오면 그대로 뻗어 버렸고 휴일에 시간이 나도 피곤하니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몇 년간은 책을 거의 읽지 못했다. 그때는 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의 일 때문에 책을 읽을 수가 없잖아!'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책도 읽을 수 없게 만드는 노동 방식'부터 잘못된 거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어른'을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한 사회의 노동사를 통해 들여다볼 생각을 하다니... 정말 놀라운 책을 만났다. 


일본의 문예평론가인 미야케 가호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책벌레였고, 책과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교 문학부에 진학한 문학소녀였다. 책을 계속 읽으려면 돈이 어느 정도 필요했기 때문에 취업 할돵을 했고, 한 IT기업에 들어가게 된다. 좋아하는 책을 많이 사기 위해 취직한 셈이다. 그런데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깜짝 놀란다. 일주일에 5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9시 반부터 저녁 8시 넘어서까지 회사에 있어야 한다는 혹독함 때문이었다. 덕분에 회사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았고, 그저 전철을 타고 집과 회사를 오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일이었다. 그렇게 1년째를 넘길 무렵, 자신이 책을 전혀 안 읽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시간이 없어서라기 보다, 책을 펼쳐도 눈이 저절로 감기거나, 책대신 스마트폰만 쳐다보다가 시간이 다 가버린 것이다. 일을 하고 있으면 책을 읽을 수 없게 되는 걸까. 그렇게 회사에 다니면서 마음먹은 대로 책을 읽기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3년 반 만에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 타자의 맥락에 접할 수 있다. 자기에게서 멀리 떨어진 맥락에 접하는 일, 그것이 독서인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못하는 상황이란 새로운 맥락을 만들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자기에게서 떨어진 곳에 있는 맥락을 그저 노이즈라고만 생각해 버린다. 노이즈를 머릿속에 넣을 여유가 없다. 자기와 관련된 것만을 갈구하고 만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일하고 있으면 책을 읽지 못한다. 일 이외의 맥락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p.286


저자는 '일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 라는 문제의식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어떻게 해야 일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인간답게, 노동과 문화를 양립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근대 이후 일본의 노동과 독서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다보면, '일을 하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장시간 노동으로 책 읽을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오늘날 대다수 사람들이 노동과 문화의 양립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은 책이 노동에 노이즈가 되는 사회의 출현에 있으며, 90년대 이후 노동자들에게 체화된 신자유주의의 정신이 읽기라는 비효율적인 행위를 밀어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 당장은 일과 이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멀리 떨어진 타자의 맥락을 아는 것'이므로 일하는 것 이의외 맥락을 받아들일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회야말로 건전한 사회라는 저자의 말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특히나 '반신'으로 일하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너무도 전력을 다해 일하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번아웃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지친 사람들은 읽는 능력을 잃어 버리게 된다. 그러니 사회의 노동 방식을 전신이 아니라 '반신'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신으로 '일의 맥락'을 갖고, 나머지 반신은 '일과 별개의 맥락'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긴다면, 일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일뿐만이 아니라 육아, 돌봄, 공부, 사적인 관계 등으로 정신없이 바쁠 때 우리는 새로운 맥락을 알고자 하는 여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반신으로 일하기'가 당연한 사회가 된다면 일을 하면서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의 문제'라는 점을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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