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러나 영웅들에게 그러하듯, 아니 우리 모두에게 그러하듯, 삶은 언제나 다른 계획을 품고 있다. 튀르키예 해안에서 그리스 서쪽의 이타카섬까지 금세 닿을 것 같던 귀향길은, 결국 지중해 곳곳을 떠도는 10년의 고난으로 바뀐다. '오디세이아'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생겨났다.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파란만장한 여정, 그 여정은 투쟁과 상실, 적응과 변화가 뒤얽힌 길이었다. 오디세우스가 기대하거나 바라던 노스토스는 결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p.37
<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쓴 서사시로, 10년에 걸친 트로이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까지 또다시 10년을 떠도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에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모험담뿐만 아니라 귀환과 복수라는 주제 또한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무수히 변주되고 반복되어 왔다. 일상에서 어려운 여행에 비유하는 대명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저 젊은 날의 영웅담이 아니라, 세월에 닳고 상처 입은 한 인간이 자신의 집과 삶을 되찾으려 애쓰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3,00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평범한 우리의 삶과 깊이 공명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전학자이자 심리학자의 시선으로 <오디세이아>를 다시 읽어낸다.
<오디세이아>라는 시대를 초월한 서사에 현대 심리학의 실천적 통찰을 포개어, 고대의 지혜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함께 보여준다. 각각의 장은 오디세우스가 거쳐 간 섬들처럼, 우리가 삶에서 지나게 되는 여러 단계에 해당한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에 대한 서두로 항해를 시작해 무기력에서 탈출하는 기술, 나를 지탱해 줄 관계,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상실과 유혹이라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거쳐 삶의 목적지를 분명하게 정하고, 상처를 지혜로 바꾸는 방법을 통해 목적지보다 여정 그 자체가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눈앞에 아찔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 <오디세이아>의 수많은 인물들이 그런 것처럼 '결정적 행동 없이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직접 나서서, 도전을 받아들이고, 행동을 취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가 이끌어 주는 이 과정들을 통해서 누구도 나를 하찮은 존재로 여기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우리는 각자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이며, 우리의 삶에는 궁극적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오디세이아>는 우리에게 오디세우스 같은 영웅이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여정을 분명히 자각하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그 지혜를 받아들여 당신답게 나아가라. 앞으로 나아갈 때에도, 잠시 뒤로 물러설 때에도, 내딛는 모든 걸음이 여정의 일부라는 사실을 기억하라. 당신의 이타카는 어쩌면 도달해야 할 목적지가 아니라 삶의 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여정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배우며, 거듭해서 다시 시작하고, 여정 자체가 이미 보상임을 아는 삶 말이다. p.293
이 책을 읽다 보니, 트라우마, 회복탄력성, 감정 지능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호메로스가 그 모든 것을 탐구해왔다는 것을, 그래서 삶의 온갖 시련 앞에서 호기심과 회복력과 내면의 힘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사실 '멘토'라는 단어도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오디세우스 왕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멘토르가 오디세우스 왕이 20여 년간 전쟁을 치르는 동안 왕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맡아 그의 친구요 스승이자 상담자로, 혹은 때로 아버지가 되어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양육한 것에서 비롯되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서구 문학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가운데 하나인 <오디세이아>가 오늘날 우리의 갖가지 고민과 여전히 맞닿아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인간은 누구나 인생이란 끝없이 펼쳐진 바다 한 가운데에서 쉽게 길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파도에 흔들리거나, 폭풍우에 휩쓸리거나 혹은 난파되어 물에 빠지거나.. 무한한 가능성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도처에 어려움이 산재한 것이 바로 삶이란 바다이고, 그런 면에서 인생이란 일종의 『오디세이아』일수밖에 없다. 그 동안 호메로스의 작품이 다소 어렵게 느껴져 원작을 읽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 이 책으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싶다. 물론 이 책이 <오디세이아> 해설서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오디세이아>의 서사를 따라가며 풀어내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로 시작해 이후 임상심리학자의 길을 걸어온 저자의 이력도 이 책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 준다. 고전 분석에 충실하면서도, 인간의 심리를 세심하게 포착해내어 읽어내 주고 있으니 말이다. 덕분에 최근에 읽었던 자기계발서 중에 가장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각 장의 끝에 수록된 연습 문제를 통해 호메로스의 지혜를 직접 내 삶에 적용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옥스퍼드대 고전학자이자 심리학자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오디세이아>가 궁금하다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게 하는, 시대를 초월한 항해 지도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