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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피날레
  • 수전 구바
  • 29,700원 (10%1,650)
  • 2026-06-18
  • : 2,39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들 다수에게 노년기는 (일반적 가정과 달리) 암담해지고 축 늘어지는 쇠퇴기가 아니라, 오히려 개인적, 정치적, 영적, 미학적 열의가 점점 더 높아지는 시기였다. 젊은 시절에 진짜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던 파괴적 불안감과 자기검열이 희미해진 시기, 어쩌면 대중의 인정까지 자신감을 높여주는 시기에는 창조적 활동이 더욱 가속화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진부한 말이 진실임을 증명한다.              p.59


<다락방의 미친 여자>, <여전히 미쳐 있는>으로 만났던 수전 구바의 신작이다. 그녀는 예순셋의 나이에 말기 난소암 진단을 받고 수차례 치료와 재발의 반복을 겪으며 70대 후반이 되었다. 자신에게 노년이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기적처럼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기대하지 못했던 노년의 시간 속에서 생각한다. 노화가 창조성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노년의 여성 예술가들은 창조적 에너지를 어디로 어떻게 돌리는지... 그렇게 노년 여성의 삶과 예술을 살펴보는 이 책이 탄생하게 된다. 


<미들마치>의 조지 엘리엇,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이자크 디네센, 시력을 잃어가던 말년에도 회화 창작에 몰두했던 화가 조지아 오키프, 그리고 시인 메리앤 무어와 궨덜린 브룩스, 설치 미술가 루이즈 부르주아, 재즈 피아니스트 메리 루 윌리엄스, 무용가인 캐서린 더넘까지 삶의 마지막 단계를 생명력 넘치는 피날레로 만들었던 여성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전 구바는 아홉 명의 예술가들을 연인들, 이단아들, 현자들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었다. 누군가의 연인이었고, 세상의 척도를 넘어서는 이단아였고, 진정한 삶의 현자였던 그들의 삶을 펼쳐 보인다. 조지 엘리엇과 콜레트, 조지아 오피크는 그들이 점점 더 높아지는 명성에서 나오는 자석 같은 매력을 발산하던 시기에 연하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 소설가로서, 화가로서 얻은 명성은 젊은 남자를 매혹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말년에 맺은 파트너 관계는 노년의 내밀함과 반려에 대한 공통된 욕망을 드러낸다. 이들 셋은 서로 방식은 다르지만 노년에도 길게 이어지는 사랑의 수명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노년은 흔히 세상의 종말처럼 여겨지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막이 내린 것은 아니다. 그 뚱뚱한 ─ 혹은 깡마른 ─ 여인이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음악을 마주하고 노래를 부를 때까지 쇼는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주인공들을 닻처럼 존재의 마지막 단계에 붙잡아주었던 연결감은 우리가 잃어버린 신체 기능이나 정신적 능력 혹은 짝이 없이도 계속 살아간다는 사실을, 또한 얼마 후면 쇼가 우리 없이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매일같이 그들에게 가르쳐주었다. 우리 올드 레이디들의 피날레를 기억한다면 우리도 그들의 호방함을 유산으로 물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p.508


이자크 디네센, 메리앤 무어, 루이즈 부르주아는 이단아답게 서로 제각기 달랐지만, 엄청난 속돌 ㅗ독특한 만년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갔다. 디네센은 아버지에게, 무어는 어머니에게, 부르주아는 창조성의 모델 역할을 아버지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옮기려는 노력에 열중했다. 이들은 특이한 차림새로 명성을 더욱 키웠는데, 여기에는 그들의 자기신화화가 투영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을 시대와 맞지 않는 사람으로, 지난 역사적 시기의 유물로 여기기도 했다. 메리 루 울리엄스, 궨덜린 브룩스, 캐서린 더넘은 각자 상당히 다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지만 셋 다 중년기에 중대한 변화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그들 생애 마지막 몇십 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들 세 사람이 걸어간 이력은 창조성의 새로운 방향을 찾는 일에서는 믿음이 막강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누구나 '나이듦'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생물학적으로 늙는다는 것은 세월과 함께 켜켜이 쌓인 연륜이라는 장점보다 예전같지 않은 건강과 나날이 떨어지는 기력, 그리고 사회적으로 소멸되는 존재 가치라는 단점을 더 와닿게 만든다. 그래서 노년을 자신의 상태로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노화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우리 스스로 맞이할 노년의 모습을 빚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년이 오히려 자기를 재발명하는 창조와 갱신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 속 아홉 명의 여성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멋진 피날레를 만들어낸다. 진지하게, 화려하게, 굳건하게, 기괴하게, 재미있게, 유머러스하게도 노년의 삶을 펼쳐 보인다. 각각의 삶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뭉클하고, 눈부셨다. 그래서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더는 장편소설을 쓸 기력이 없어졌을 때 소설가는 무엇을 만들어낼까, 이제 공연할 수 없게 된 무용가는 안무만 해야 하는 걸까. 왜 사람들은 늙은 여자의 아름다움에 눈뜨지 못하는 걸까. 수전 구바가 들려주는 창조적 여성의 노년기라는 매혹적인 이야기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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