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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방구석 식물학
  • 이나가키 히데히로
  • 15,750원 (10%870)
  • 2026-04-23
  • : 63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닭의장풀의 꽃은 하루밖에 피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오전 중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시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이 식물은 예로부터 아침 이슬처럼 덧없는 것의 상징으로 여겨져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왔습니다. 사람들은 그 잎을 모아 물감으로 쓰기도 했고, 잎 속의 즙을 약재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루치 분량의 꽃을 이어가며 피워내는 식물. 하나하나는 덧없이 지지만 그것들이 모여 여름 내내 푸른빛을 잃지 않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모여 이루는 아름다움, 그것이 닭의장풀입니다.               p.51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이자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작가인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신작이다. 쉽고, 재미있게 식물학에 대한 풍성한 지식들을 풀어내는 책을 많이 냈는데, 국내에도 꽤 많이 출간되어 있다. 그 책들 중에 <전략가, 잡초>와 <잡초들의 전략>이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대부분 쓸모없는 식물이라고 알고 있던 잡초에 대해 '특수한 환경에 적응하고 특수한 진화를 이룬 특수한 식물'이라는 해석을 들려 주어 매우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식물을 다루고 있는 책들은 꽤 읽어 봤지만, 잡초를 주인공으로 하는 잡초학이라는 학문은 꽤나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자가 워낙 유쾌하고 위트있고 가볍게 글을 풀어내어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이번에 나온 <방구석 식물학>은 우리가 익히 일상에서 보고, 알고 있던 꽃과 풀들의 속사정에 대해서 들려주는 책이다. 각각의 식물마다 아름다운 세밀화가 수록되어 있어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힐링이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어렵고 낯선 식물들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풀꽃들의 이야기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작은 들꽃 하나에도, 꽃집 창가에 놓여 있는 화분 하나에도 시대와 지역을 넘어 사람들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이야기들이 있다는 사실이 새롭기도 했고,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풀 한포기, 꽃 한송이도 결코 함부로 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도 새삼 다시 들었고 말이다. 




데이지는 오래전부터 꽃점에 쓰여온 식물입니다. 꽃잎을 한 장씩 떼어내며 좋아한다, 싫어한다, 좋아한다, 싫어한다를 번갈아 읊조립니다. 마지막 꽃잎에서 나오는 답이 곧 사랑의 결론. 또한 눈을 감은 채 데이지를 꺾었을 때 손에 든 꽃의 송이 수가 그녀가 결혼할 때까지 남은 연수를 나타낸다고도 합니다. 손에 쥔 꽃 한 송이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얹고 꽃잎 하나하나를 떼어내며 답을 기다리던 사람들. 데이지는 그 오랜 설렘을 조용히 간직해온 꽃입니다.               p.189


봄이 되면 어디선가 펼쳐지는 샛노란 꽃밭을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으레 그것을 유채꽃이라 부르지만 사실 도감에는 '유채꽃'이라는 식물이 따로 없다고 한다. 유채는 배추속 식물에 피는 노란 꽃을 두루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 들판을 가득 채운 노란 꽃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양유채, 서양배추, 양배추, 콜라비, 갓 등 저마다 잎을 활짝 펼친 꽃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모두 넓은 의미의 유채꽃이라고 한다. 네잎클로버는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네잎클로버는 길가나 자주 밟히는 곳에서 잘 발견되는데, 사실 네잎클로버는 잘 밟히는 곳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잘 밟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라고 한다. 토끼풀은 성장점이 땅 가까이에 있어서 밝혀 상처를 입으면 네잎클로버가 나오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운이 밟히고 또 밟히면서 자라나는 것이라니 어쩐지 다음에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게 되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잡초가 엉겅퀴라는 사실, 히로시마 원폭 페허에서 살아남아 가장 먼저 꽃을 피운 식물이 협죽도라는 것, 수선화가 자기 자신에게 반해 꽃이 된 그리스 신화 속 미소년의 이름이라는 사실, 달리아에게 변덕이라는 꽃말이 붙은 이유가 나폴레옹 황제 황후의 시녀 때문이었다는 것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많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지금까지 식물의 겉모습만 알고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민들레, 쑥, 엉겅퀴, 강아지풀, 수선화, 작약, 수국, 채송화, 해바라기, 코스모스, 은행나무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식물들의 뒤에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으니 말이다. 신화와 전설, 세계사와 과학을 넘나들며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겼던 책이다. 각각의 식물마다 두 페이지가 할애되어 있고, 예쁜 그림이 눈을 즐겁게 해주며, 내용 설명도 그리 길지 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기분이 내킬 때마다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어도 좋고, 사전처럼 필요한 꽃과 식물에 대한 정보를 찾아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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