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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슬픔과 기쁨
  • 멕 메이슨
  • 16,650원 (10%920)
  • 2026-04-03
  • : 85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말한다. 진심으로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 게 어떤 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애써 설명할 생각은 없지만, 나는 죽고 싶은 게 아니다. 뼛속 깊이 스며드는 피로, 극심한 공포로 인한 피로를 느끼며 나는 살아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살아 있다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야말로 바로잡아야 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p.60


마사의 마흔 번째 생일 파티가 끝나고 이틀 뒤, 남편 패트릭이 떠났다. 집중치료실 전문의인 패트릭은 일평생 중간지점을 벗어나지 않는 성격이었고, 잡지에 음식 칼럼을 기고하는 마사는 뭐든 극단적인 성격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는데, 마사의 첫 번째 결혼이 실패 후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 역시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모두가 패트릭을 보며 저런 남자와 결혼하다니 정말 행운이라고 말했지만, 마사는 모두가 착하다고 하는 사람과 결혼했을 때 뒤따르는 문제점에 대해서 남들에게 말하진 않았다. 왜냐하면 마사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으니 말이다. 




마사는 열일곱 때 처음으로 발작적 공포와 무기력감을 느꼈고, 병원을 찾았다. 이후 꾸준히 약을 먹고 마음을 다잡아도 공포와 우울, 불안, 자살 충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직장을 얻고 일을 시작해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해도, 그 결혼이 파국이 나고 다른 사람과 다시 시작해도 마사의 상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까탈스럽고 유난스러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나날이 계속 된다. 겉으로 보면 마사가 좋은 아내 또는 좀더 훌륭한 아내가 되려고 노력한 적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자기혐오에 빠진 마사가 분노와 절망의 시한폭탄을 끌어안은 채 날을 세우고 그를 대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삶 대부분, 그리고 결혼생활 내내 본래 자신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써왔다는 건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사실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삶에서 기쁨을 누리고, 사랑받고, 건강한 관계를 쌓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는 사실도 말이다. 




"모든 건 망가지고 엉망진창이고 또 완전히 괜찮아. 그런 게 인생이야. 그저 비율만 달라질 뿐이지. 그 비율도 대개는 제멋대로 바뀌고. 이거구나, 앞으로 영원히 이렇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다시 바뀌는 거야." 

그런 게 인생이었고, 이후 삼 년 동안 줄곧 그랬다.... 죽고 싶어, 제발, 숨을 못 쉬겠어, 점심을 잘못 먹었나봐, 사랑해, 더는 이렇게 못 살겠어, 였고 우리 둘 다 영원히 그렇게 살 줄 알았다.             p.307~308


이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멕 메이슨의 신작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더 타임스〉에서 기자로 경력을 쌓기 시작해 〈뉴요커〉 〈보그〉 〈엘르〉 등 유력 매체에 글을 기고하며 꾸준히 소설을 발표해온 멕 메이슨은 두 번째 소설인 이 작품으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함과 동시에 2022년 브리티시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이 작품은 평생 우울과 자살 충동을 겪으며 살아온 주인공 마사가 스스로 무너뜨린 삶을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사실 우울증은 폐렴이나 위장병처럼 평범한 질환처럼 여겨지지 않는다. 정신적 질병은 육체적 질병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탓도 있고, 아직은 사회적 시선이 그 두 가지를 평등하게 대하지는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울증을 겪고 있는 당사자도, 그의 가족들도 '우울증이 진짜 병이 아니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이 작품 속 주인공도 이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진심으로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한 게 어떤 건지 상상 조차 할 수 없다고.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랬다. 우울증이라는 것이 얼마나 극단의 심리 상태까지 이끌고 가는 심각한 병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천천히 따라가면서 이제 조금은 알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살면서 후회하고, 자책하고,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렵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타인과의 관계에 지쳐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고, 습관적으로 자신을 다그치느라 피곤해지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조급해지고, 어떤 일에도 여유가 없어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대부분 극복하고, 다시 미래를 향해 일어서게 마련이다. 이런 감정에 몇 년 동안 빠져 있어야 한다면 누가 버틸 수 있을까. 우울증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극중 마사처럼 삶이 너무 버겁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결국 좌절과 체념 끝에 삶을 방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마사는 용기를 낸다. 절망의 끝에서 다시 기쁨을 되찾고자 마음먹은 것이다. 


극중 마사에게 패트릭이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건 망가지고 엉망진창이고 또 완전히 괜찮아. 그런 게 인생이야."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 각자의 하루를 살아내고, 또 내일을 향해 달려갈 힘을 내보는 것이다. 우울증을 다룬 심리학서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그런 책들보다 소설 한 편이 더욱 강렬하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섬세하게 감정을 헤아려주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이 작품은 그 어려운 걸 기어코 해낸다. 현대인들이 누구나 겪는 '우울'에 대해 이토록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이 또 있을까. 생생하고, 빈틈없이, 복잡하고,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자, 이 처연하고 찬란한 고백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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