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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나의 낯선 동행자
  • 김진영
  • 13,500원 (10%750)
  • 2026-04-05
  • : 1,0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심장이 이유 없이 빠르게 뛰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설명할 길 없는, 알 수 없이 불길한 기운이 온몸을 조여 왔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자신이 어딘가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들어와 있다는 기묘한 감각이 짙어졌다. 창밖으로는 새벽 공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골목의 가로등 불빛은 하나둘 꺼져가고, 세비야의 새벽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적막했다.             p.94


스물아홉 혜성은 소규모 영상 회사에 다니다 젊은 대표의 성희롱과 괴롭힘으로 인해 퇴사를 결심한다.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공감해주지 않던 남자친구와도 3년 동안 지속했던 관계를 끝냈다. 부모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생활비도 스스로 벌어야 했기에 해외여행은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퇴직금을 받고 전 재상의 반 이상을 투자해 스페인 여행을 가기로 마음먹는다. 혼자 해외 여행을 가는 것이 불안해 여행 카페를 통해 또래의 동행자를 구하지만, 정작 낯선 동행자는 바르셀로나 공항에 나타나지 않는다. 게다가 상대가 담당했던 호텔조차 예약이 취소된 상태, 어쩔 줄 몰라 하며 호텔 문을 나선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낯선 곳에서 잔뜩 긴장한데다, 머릿속 한구석에 최악의 가능성이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데...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된다. 


윤길우라는 그 남자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혜성을 도와준다. 자신이 예약한 한인 호스텔에 데려가 숙박을 할 수 있는지 알아봐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를 구하고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친구가 연락이 안 되고, 그 친구가 예약한 호텔이 취소가 된 상태라는 걸 말해주자 그는 친구가 사기 친 거 같다고 카페에도 글을 올리고, 신고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관광지 티켓은 혜성이 예약한 터라 다음날 사그라다파밀리아 티켓이 두 장이었고, 길우와 함께 가게 된다. 길우는 여행 경험이 많아 보였고, 혜성은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그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생긴다. 내일도 그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 것이다. 이 낯선 도시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주는 위안에 기대고만 싶은 마음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혜성은 낯선 장소에서 낯선 동행과의 여행을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혜성도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 앉아 몇 시간을 돌려보며 편집하던 영상 속의 그곳에 와서 추로스를 입에 넣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사실 눈물이 날 만큼 감동적인 맛은 아니었다. 화면 너머로 보던 것의 실체를 마주하자 그 진실이 생각보다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첫 여행도,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서글퍼졌다.                  p.158~159


바르셀로나에서 시작해 세비야, 그라나다, 마드리드를 거치는 여행의 여정을 혜성과 길우는 함께 한다. 지효가 부재한 자리에 길우가 들어오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동행자가 된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도 되고, 도움도 되고,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지를 함께 관광하며 남녀가 설렘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이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이, 나타나지 않은 지효에 대한 불안,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 길우에 대한 의심, 그리고 본능적인 불안과 이상한 예감까지 이런 저런 감정들이 뒤섞여 복잡한 심정이었기 때문이다. 사그라다파밀리아대성당, 알람브라궁전, 플라멩코의 선율 등 낭만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점점 더 혜성을 잠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혜성이 느끼는 그 감정을 책을 읽는 독자들이 고스란히 느끼게 되는 지점에 도달한다. 등골이 서늘해지고, 오싹해지는 순간이다. 


혼자 떠나는 해외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면, 이 작품을 읽으며 그 기대감이 파사삭 부서지게 될 것 같다. 로맨스처럼 흘러가던 분위기가 점점 스릴러로 변해가는 느낌이랄까. 사소한 불안감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어느 순간 오싹해지는 공포감을 선사하는 작품이었다.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할 때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으며 서늘한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열한 번째 작품은 <마당이 있는 집>, <여기서 나가> 등의 작품으로 만나온 김진영 작가의 신작이다. 그 동안 만나온 작품들이 굉장히 호러스러웠다면, 이번 작품은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이야기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야기는 완벽했던 일상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 의심이 커져 가면서 매력적인 심리 서스펜스를 보여줬던 <마당이 있는 집>, 사람들의 욕망이 집착으로, 그 집착이 광기로 변해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던 <여기서 나가> 모두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이번 작품 역시 매우 기대하며 읽었다. 전작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핀 시리즈 장르소설선 라인업에 김나현, 김서해 작가도 있어서 매우 기대가 되는데, 올해에 만나볼 수 있기를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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