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맞춤법에 이토록 예민할까. 나는 그 이유를 '불안'에서 찾는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대의 소통은 얼굴 없이 글로 먼저 이루어진다. 우리는 상대를 보지 못한 채 상대의 문장을 먼저 본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며, 맞춤법은 그 사람의 기본값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글자 하나가 삐끗하면 그 비끗함 너머로 사람 자체가 흐릿해 보인다. 물론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일 수 있지만, 글이 먼저 이미지를 만든다. p.13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단어뿐만 아니라, 말의 맥락도 파악을 잘 못하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혼동하고, '사흘'을 4일로 이해하거나, '심심한 사과'를 잘못 받아들여 오해해서 생긴 에피소드에 관한 보도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의사소통의 문제를 넘어 학습 부진과 세대 간 갈등이라는 지점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오죽하면 '맞춤법 빌런'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맞춤법에 민감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책이 나왔다.
국립국어원 국어상담실 10년 차 베테랑 상담 연구원이 국어를 상담하고, 토론하고, 연구한 기록이다.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에 민감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은 카카오톡 외에도 전화,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국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자장면'과 '짜장면' 중에서 뭐가 맞는 표현인지, '고객님'은 잘못된 거고, '손님'은 맞는 것인지, '라면을 낉여오거라'는 어떻게 발음하는지, 왜 '갈빗살'은 붙여쓰는데, '닭 다리 살'은 띄어 쓰는지, '로서'와 '로써'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한글 맞춤법, 호칭,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등 국어 생활 전반에 관한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실상이 어떤지, 언제 어디서 말하는 법과 쓰는 법의 곤란을 겪게 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주고 싶다.

인공지능이 빛의 속도로 많은 데이터를 길어 올리면, 우리 상담 연구원들은 그 답변이 '규범'이라는 단단한 땅 위에 서 있는지, 그리고 '맥락'이라는 결과 맞닿아 있는지 살피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언어의 온기를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주체는 사람일 수밖에 없다. 절차는 조금 달라지더라도 국어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내놓은 문장들이 국어 생활자의 삶에 올바르게 닿을 수 있도록 책임지는 '최종 검토자'로서 품을 들일 것이다. p.182~183
일상에서 맞춤법 실수를 쉽게 접했던 것은 사물 존칭표현이다. 제품 문의를 했을 때 '품절되셨어요'라고 한다거나, 음료를 주문했을 때 '음료 나오셨습니다'같은 말들을 자주 듣게 된다. 물론 친절하게 응대하느라 그런 거라 굳이 말투를 고쳐주지는 않지만, 저거 아닌데 싶었던 적이 꽤 있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국립국어원 상담실에도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에게 결례가 되지 않고, 높임법에 딱 들어맞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한다. 주로 상담 직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이러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의가 우리 사회가 말에 대해 느끼는, 상대에게 불친절하게 들릴까 봐 두려워하는 강박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한다. 사물을 높여서까지 극진한 높임을 보이는 표현들을 듣다보면 그럴만도 하다고 공감하게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SNS에 글을 쓰고, 이메일로 업무를 처리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사용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당황하게 하거나, 자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책에는 언어와 관련한 궁금증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질문하기를 택한 사람들이 다수 등장한다. 언어를 정확하게 하려는 노력을 통해 언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주는 시간이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부록으로 우리말 365 단골 질문 20가지가 정리되어 있다. 에요/예요, 되/돼, 어떻게/어떡해, 데/대, 안/않, 아니오/아니요 등 딱 여기 정리되어 있는 표현들만 익혀도 어디가서 맞춤법이 틀릴까봐 걱정하지는 않아도 좋을 것 같다. 단순히 맞춤법 표기 하나, 띄어쓰기에 대한 논쟁을 넘어서 변화하는 언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사전의 빈틈 속에서, 언어의 세계를 지키고 바꾸고 교정하는 일을 하며 365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