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도 나는 완벽하지 않은 것들을 쌓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과 삐끗한 선과 그럼에도 계속하는 시간. 그것들이 어느 순간 하나의 방향을 만든다. 창작에서 완벽은 출발점이 아니라 도착점이다. 도착점은 늘 멀지만, 그쪽으로 가는 길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단 하는 것. 그리고 아닌 것을 알아내는 것. 그 정도면, 오늘의 작업은 충분하다. p.162~163
세상 일이 다 내 마음대로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보고 싶은 사람은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고, 보기 싫은 사람은 거짓말처럼 매일 봐야 한다거나, 웃고 있을 때 실패를 마주하거나, 평안한 한낮에 불행이 쳐들어오는 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럴 때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야만 한다. 그게 삶이기도 하니 말이다.
<흐릿한 나를 견디는 법>과 <무명의 감정들>에서 불안의 세계를 헤매던 캐릭터 '무명'이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느슨한 균형>이라는 제목처럼 삶의 균형을 잡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의 균형이라는 건 양쪽을 반으로 뚝 나눈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다. 하루 중 절반은 슬프고 절반은 기쁘면 되는 그런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균형을 잘 잡는다는 건 대체 어떤 걸까.
표지 이미지에서도 보이더니, 시소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삶의 균형은 더 그렇고 말이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완벽한 상태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라 기울어질 때마다 다시 중심을 찾으려는 의지인 것 같다고 이 책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 불안과 기쁨 사이에서, 슬픔과 행복 사이에서, 그리고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살고 있다. 누워 있으면 묘한 죄책감이 들고, 일을 하면 냅다 눕고 싶고, 사소한 것에 쉽게 기쁘다가도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금세 울적해진다. 직장인과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다 전업 작가로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저자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상을 가꾸며 그 속에서 균형을 잡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작가는 불안과 기쁨, 슬픔과 행복 사이에서 스스로 굳게 서기 위해 균형을 다잡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누군가와 시간을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극적이다. 각자의 일정과 마음의 여유, 서로를 향한 온기가 어느 한 지점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조건들을 맞추기는 점점 어려운 일이 된다. "나중에 한번 보자"는 말들이 기약 없이 흩어지는 나날 속에서, 마침내 마주 앉은 시간은 그 자체로 기적에 가깝다. 함께 있는 동안 삶의 속도는 기분 좋게 헐거워진다. 서두르지 않고, 이 시간이 어떤 결과를 남길지 따지지 않는다. p.279
열정과 회피가 공존하며, 행복과 불안을 동시에 느끼는 감정 상태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내 얘기처럼 공감되는 지점들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내향형과 외향형 사이를 왕복하며, 비뚤어진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고 노력 중이고, 제대로 쉬는 법을 하나씩 배워 가는 중인 작가의 모습은 캐릭터 '무명'을 통해서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었다.
어릴 적에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어른이 되면 안정된 직업이라든가, 삶을 영위하는 지혜라든가, 여유로운 마음 같은 것을 자연스럽게 가지게 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나이만 먹는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른이 된 우리는 알고 있다. 가끔은 이를 꽉 물고 노력하고, 참아내고, 책임지고, 쟁취하기 위해 이것저것 해내야만 겨우 가질 수 있게 되는 것들이다. 단단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멋지게 자신을 지켜가며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할 수 있음'과 '할 수 없음' 사이에는 '할 순 있는데 지침'이 있다고 한다, 라는 문장을 읽으며 빵 터졌다. 작가가 이런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고, 할 순 있는데 은은하게 지쳐서 일단 생각만 하는 상태라고 썼는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페이지를 공감하며 읽지 않을까 싶었다. 뭔가 계획은 많은데 실행은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루고 싶고,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돌아보면 결과가 시원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어떤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가도 어찌저찌 해내는 날들... 아마 대부분의 모습이 아닐까.
내용만큼이나 책의 외관도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이었다. 한 손에 잡히는 판형과 사철제본으로 되어 있어 페이지를 펼칠 때, 넘길 때 모두 너무 편했다. 흔들리고 휘청거리며 불안의 세계를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