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완두콩을 키우면서 귀엽고 올챙이같이 생긴 꽃을 처음으로 보았다. 콩을 반쪽으로 나눈 듯 양쪽으로 갈라지며 피어나는 하얀 꽃. 내가 요리조리 고개를 돌려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두콩꽃도 함께 고개를 갸웃갸웃 하며 나를 보는 듯했다. 그런 앙증맞은 꽃이 지고 나면 콩꼬투리에서 열매들이 차오르는데, 점점 통통해지는 꼬투리를 보니 반가웠다.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는 완두콩! 그들의 폭풍 성장은 루이, 후이 쌍둥이 판다의 성장처럼 기특하고 감동적이었다. p.86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자신만의 작은 텃밭을 하나 일구고 싶다는 로망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고 귀농과 귀촌을 할 수도 없고, 도심에서 전원생활을 꿈꿀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식집사로 식물들을 돌보고 나니 텃밭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생기고 있던 참이다. 내가 수확해서 먹는 채소의 맛이 궁금했고, 씨앗부터 열매를 수확하는 과정은 얼마나 힐링이 될까 기대도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면서 텃밭이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번에 그런 로망을 해소시켜줄만한 책을 만났다.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바오패밀리를 돌보며 덩달아 우리에게 친근해진 에버랜드의 베테랑 주키퍼 강철원이 텃밭 농부로 변신했다. 동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학과 동물번식학을, 그들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 조경학을 공부했을 정도로 매사에 진심인 그라 텃밭일기도 수준급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옥수수를 심어서 수확하고, 가난한 시절 배를 채워 주던 찐 감자의 기억으로 씨감자를 심고, 쌈채소를 좋아해 들깨도 식재한다. 들깨를 수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깻잎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각각의 에피소드 뒤에는 남바할의 농사 팁이라고 해서 실제 농사를 할 때의 경험을 담은 노하우를 수록했다. 들깨를 심을 때는 두 포기씩 함께 심어야 한다는 것, 옥수수는 햇볕을 차단해 다른 작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입지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 부추는 겨울에 퇴비를 두툼하게 덮어 줘야 봄에 더 튼튼하고 향 좋게 자란다는 것 등등 실제로 텃밭을 가꾸게 되면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로 가득하다.

누가 봐 주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텃밭 생명들. 그들을 돌보는 건 인간이 아니라 해와 바람과 흙과 물이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모두 그 돌봄과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 그렇다면 자연 속 일부인 나는 어떤가? 햇살과 땅의 기운과 바람의 돌봄에 감사하고 있는지, 주어진 삶에 성실히 임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저 거름을 내고, 밭을 갈아 흙을 뒤섞으며, 식물들에게 농부의 발소리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면, 나는 매일 텃밭을 찾을 것이다. p.250
살면서 되도록 입에 올리지 않는 단어가 '실패'와 '포기'라는 저자에게도 쉽게 통하지 않는 것이 텃밭이다. 수확해 보관해 두었던 아주까리 씨앗을 김고 기대를 품고 기다렸는데, 한 달이 지나도 싹이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종묘상 사장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더니 씨앗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발아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실한 것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씨 뿌리고 물 주변 다 잘 자랄 것 같지만, 식물은 사람 못지않게 예민하고,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그 일을 통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들도, 텃밭의 식물들도 진심과 정성으로 돌봐야 탈 없이 건강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애정을 듬뿍 쏟아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던 딸기 재배에 대한 이야기, 아이바오와 푸바오가 엄청나게 좋아했던 당근에 대한 사연, 부이, 후이 쌍둥이 판다의 성장처럼 기특하고 감동적이었던 완두콩의 폭풍 성장기, 각자의 역할을 하는 쪽파와 대파 에피소드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 텃밭 레시피가 수록되어 있어, 수확한 채소로 만들어 먹는 음식들에 대한 팁도 배울 수 있다. 텃밭 레시피는 소박하고 건강한 식탁을 채워주는 남바할 여사의 노하우이다.
텃밭의 사계절 풍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름다운 세밀화와 사진이 풍부하게 담겨 있어 더 생생하게 텃밭과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더 좋았다. 텃밭 농부로서의 삶이 만만하지는 않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이렇게 텃밭을 가꾸며 살아보고 싶다. 나만의 텃밭을 꿈꿔 본 적이 있거나,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