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리가 가구점을 방문할 때마다, 나는 이상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갈망에 휩싸인다. 나는 모든 것을 원하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부드러운 색조의 러그, 따스한 나뭇결, 놋쇠와 유리로 만들어진 램프는 가게에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막상 어느 하나를 바라보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는다. 루이스 하이드는 이렇게 적었다. <소비에의 욕구는 일종의 욕정이다. 하지만 소비재는 이 욕정을 미끼로 쓸 뿐 그것을 충족시켜 주지는 않는다....> p.17~18
오늘날 우리의 삶에서 물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커다란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기만 해도 각종 물건들이 가득하고, 언제나 사고 싶은 것들이 존재하며, 우리는 소비를 위해 기꺼이 돈과 시간을 바친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삶을 더 의미있게 만들어 준다고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점이다. 소유가 삶의 의미나 목적을 부여해준다고, 그리고 결국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면역에 관하여>라는 아름다운 책을 썼던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율라 비스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소유>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생애 처음으로 집을 구입했다. 그리고 아직 비어 있는 집을 채우기 위해 가구점을 방문한 경험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집의 소유 여부야말로 중산층이라는 계급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일 것이다. 저자는 한없이 사적인 기록을 통해 소유, 일, 자본주의, 계급, 예술 등에 대해 고찰해 나가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가구점을 방문할 때마다 '이상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갈망'에 휩싸인다고 말했다. 가게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은 사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 인테리어 소품들이다. 매장에 더 근사하게 보여지도록 꾸며둔 것도 있을 테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지만, 막상 그 중의 하나를 구매해서 집에 가져다 놓으면 내가 상상했던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일이 종종 있지 않은가. '소비에의 욕구'란 사실 완벽하게 충족될 수 없는 게 아닐까?

바틀비처럼, 나는 그렇게 안 하고 싶다.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안 듣고 싶고, 주식 시장에 투자를 안 하고 싶다. 타인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짜내는 체제에 돈을 안 넣고 싶다. 이것은 내가 그 계좌를 열 때 <저위험> 옵션을 고른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나는 상담사에게 이런 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이렇게 말한다. 「제가 보수적이어서요.」 그는 안 믿는 눈치다. 「돈 문제에서는 그렇다고요.」 나는 부연한다. p.223
월급은 늘어나지 않는데, 물가는 높아만 가고, 카드값은 줄지 않고, 필요한 소비는 많아진다.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내 집 마련이 일생 일대의 목표인 것처럼 영끌해서 집을 구하고 나면, 그 집을 채울 수많은 가구들이 필요하고, 수 년마다 업그레이드를 해줘야 하며, 때마다 차도 좋은 걸로 바꾸고 싶은 법이다. 저자는 청년 시절에 거의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가난한 예술가로 살았다. 하지만 이제 중년에 접어들면서 30년 할부금이 걸려 있긴 하지만 집을 소유했고, 어엿한 중산층이 된 것이다. 집에 딸린 정원과 집 안을 채워줄 피아노, 가구, 그릇 등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러한 소유가 주는 안정성을 즐기면서도, 그러한 특권이 본질적으로 사람을 멍청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스스로를 백인이자, 교육받은 여성, 그리고 중산층 계급으로서 누리는 특권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과 노동, 예술 같은 무형의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가치가 매겨지는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시간과 돈을 보면 그 사람에게 중요한 게 뭔지 알 수 있다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한 에피소드에서 이웃이 저자에게 말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시간과 돈을 음악과 연극에 써서 콘서트와 공연을 보러 다녔다. 즉, 예술에 투자한 것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시간은 글에 쓰고, 돈은 집에 쓴다고 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 내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어떻게 돈을 쓰는지, 무엇으로 계급을 가르고, 왜 일을 하는지, 자본주의란 무엇인지 등 개인적인 경험이 사회적 구조로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한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