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어느 틈에"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젊을 때의 충족되지 않는 욕망은 도대체 얼마 만큼이었을,까? 자신의 일로 되새겨보기에는 너무 나이를 먹었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거짓말이 될지도 모른다. 가네사다 같은 나이가 되어도 냉장고 깊숙이 있는 잊힌 건어물 정도의 괴로움은 있다. 연륜이나 경험으로 쉽게 사물을 단순화하는 것은 노인의 나쁜 버릇이다. p.51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계속 돌보고 간섭해서 마음대로 어른이 될 틈이 없는 것 같다. 아이를 자유롭게 방임하는 것이 뭔가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무한 경쟁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만 뒤쳐지게 두는 것이 어른으로서 무책임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선 어떨까. 초등학교부터 십 년 이상, 아침부터 밤까지 학교에 갇혀서 대개 재미없는 수업을 듣고, 시험을 치고, 성적이 매겨진다. 그런 아이들의 머릿속을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그렇게 학교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결국 학교 밖으로 밀려난 고등학생이 여름 한 철을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서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오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갈 수가 없어졌다. 꾀병을 부려 띄엄띄엄 쉬다가, 여름이 되기 전에 딱 다닐 수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등교 하던 날, 호흡이 밭아지고, 심장 부근이 무거워지며, 압박감으로 숨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획일적인 교육으로 갇혀버린 학교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도망치고 싶어졌다. 그렇게 가오루는 교실로 향하기를 그만두고 '결엲'라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여름 동안,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바닷가 마을에 사는 작은 할아버지네에서 지내보고 싶다고 말을 꺼낸 것은 가오루였다.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은 마음과 아마도 작은할아버지라면 자신에게 간섭하지 않고 내버려둘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오루는 자유롭게 재즈카페를 운영하며 살고 있는 작은 할아버지 집에 머물면서 카페 일을 돕고 무엇도 강요하지 않는 어른들과의 교류 속에서 점차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가오루는 반복이 싫다. 싫다기보다 잘하지 못했다. 시간의 흐름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힘들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보고 있는 오카다의 움직임은, 가오루에게 뭔가를 전해온다. 힘들지 않은 반복도 있어. 그것이 바로 자기를 해방시켜주지 않을지라도, 이렇게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도 불쾌하지도 않을뿐더러 강렬하게 매료된다. 자기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p.151
가오루를 맡게 된 가네사다 입장에서는 '그 선이 가늘고 이렇다 하게 눈에 띄는 점이 없는 고등학생이 구태여 여기서 재니고 싶다니 도채에 무슨 연유일까' 궁금했다. 도쿄와는 달리 사리하마는 흔해빠진 관광지이고, 있는 것이라고는 온천과 바다뿐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조금 의외였을 뿐, 가오루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직원인 오카다에게도 그가 도쿄에서 피난 오는 거니 당분간 마음대로 지내게 해주면 된다고 일러 둔다. 손발을 움직이는 편이 여러 의미에서 좋을 테니, 가게를 도울 수 있을 것 같으면 돕게 하라고 말이다. 가오루는 도착하자마자 여기 오길 잘했다고 느낀다. 학교가 없고, 부모도 없고, 집으로부터도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해방되고, 마음이 편해지며, 안심이 되었던 것이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와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가라앉는 프랜시스> 등의 작품으로 만났던 마쓰이에 마사시의 신작이다.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담담하게 그려내지만, 기가 막힌 직유와 비유를 들어가며 표현하는 묘사들과 정확하고 통찰력 있는 문장들로 인해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작가였기에 이번 작품도 기대하며 읽었다. 담담하게 그려내는 일상 속에 숨겨진 미묘한 감정들을 세심하게 포착해 내는 마쓰이에 마사시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은 각기 다른 연령대의 세 남자를 통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들을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마쓰이에 마사시는 돌아보면 중, 고등학교 때 제법 힘이 들었다고, 학교가 너무 싫었다고 말하며, 이 작품은 그런 과거의 자신과 마주하며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열여덟 살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라, 그의 유일한 청춘소설이기도 하다. '세상에 쉬이 타협하지 못한 모든 소년소녀에게'도, 삶을 거스르지 않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고요하게 공감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드라마틱한 서사 없이도 이렇게 몰입하게 만들어 주고, 긴 여운을 남겨주는 작품이 또 있을까. 마쓰이에 마사시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