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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나님의 서재
  •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 홍지운
  • 15,120원 (10%840)
  • 2025-12-10
  • : 1,86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저는 재능 없는 작가입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이 주목하셔야 하는 지점은 제가 '재능이 없다'는 부분이 아니라 제가 '작가'라는 점입니다. 네. 저는 재능이 있건 없건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저의 조언이 재능으로 가득한 작가들의 조언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유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재능으로 가득한 사람보다 재능 없는 사람이 더 많지요. 그렇다면 재능으로 가득한 사람보다 재능 없는 사람의 조언이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통용되는 조언이지 않을까요?             p.11


이 책은 재능 없는 작가인 동시에,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장르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한 저자의 '재능 없이도 글밥 먹는 사람의 생존기'를 담고 있다. 홍지운 작가의 작품은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과 <펄프픽션>, <절망과 열정의 시대>라는 앤솔러지로 만난 적이 있다. 그 외에도 <시나리오 레시피>, <창작자를 위한 마블 스토리텔링> 등 작법서도 있었는데, 이번에 나온 신간은 작법론이라기보다는 '작업론'이다. 


한때 소설 꽤나 읽었다 싶은 이들 중에 직접 써보겠다고 마음먹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많이 읽을 수록, 쓰고 싶어지는 게 당연지사이니 말이다. 나 역시 그래서 온갖 작법서며 글쓰기 관련 책들을 섭렵했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혀 여전히 그냥 '독자'인 채로 남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를 읽으면서 묻어 두었던 쓰기를 향한 애정이 다시 몽글몽글 피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소설은 타고난 재능이 없이도, 천부적인 능력이 있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거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홍지운 작가는 이 책의 서두에 스스로를 '재능 없는 작가'라고 단언하며 시작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재능이 없다'는 부분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작가'라는 점이라고 말이다. 이보다 더 작가 지망생들을 혹하게 하는 문장이 있을까. 시대를 초월하는 희대의 명작을 쓰거나, 백만부 이상을 판매하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스스로에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야구팀의 모든 선수가 4번 타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선수가 에이스 선발 투수일 필요도 없습니다. 발이 빠른 타자가 1번에 서서 출루율을 높여 투수를 위협하면 홈런타자보다 더 승리에 기여할 수도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중간계투가 승부의 향방을 가르기도 합니다. 저는 작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서점에 깔린 모든 책이 노벨상 후보가 될 걸작일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p.156


이 책은 재능 없는 작가로 출발해 500명이 넘는 작가 지망생과 상담을 진행하고 1,000편에 가까운 기획서의 피드백을 진행한 교육자이자 15권이 넘는 단독저서를 출간한 저자의 생존법을 담고 있다. 11년 차 작가이자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웹소설창작전공 교수인 그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을 들으면서 글을 좋아하는 마음, 이 하나만 건져도 대단히 성공적인 수업이라 생각한다고 한다. 창작의 노하우나 필수적인 레퍼런스는 어차피 작업을 계속해서 해나가다 보면 어떻게든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글을 계속해서 써 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를 향한 기대와 애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쓰기를 향한 애정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최대한 피하고 극복하도록 노력하라고 그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작법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 어떤 작법서보다 더 실전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노하우들로 가득하다. 제목을 잘 짓는게 중요한 이유, 작품을 계획적으로 쓰기 위해 간단한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 고전 명작을 베껴쓰고, 재해석해야 하는 이유, 개연성을 만드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기세라는 사실, 따분한 소재만 생각나더라도 어떻게든 원고를 완성하는 방법, 마감 직전에 원고 분량을 채우지 못했을 때 분량을 부풀려주는 꼼수, 창작자를 위한 합평 가이드, 일일 작업량 계산법 등 그 어떤 책에서도 만날 수 없는 팁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이유, 즉 '생존의 비결'도 수록되어 있다. 그 생존의 비결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직접 읽어 보길 권해주고 싶다. 작가로서의 목표가 '장기적인 생존'이라는 저자는 계속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기왕 태어난 거, 가능한 한 오래 또 재밌게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비장하지도, 재능이 있지도 않지만, 어떻게든 작가로 살아남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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